(2018-09-03) 2018년 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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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24 09:41 조회1,483회 댓글0건본문
9월3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2018년 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문
우리는 이번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참여한 국회 추천 전문위원 4명, 대학 측 위원 4명, 강사 등 비정규교수 측 위원 4명 및 교육부 담당 공무원들의 노고를 존중하며 어렵게 도출한 합의안의 본령이 훼손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여 2019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입장 표명을 한다.
1. 이번 합의안은 노-사-국회 측 추천 위원들이 5개월 간 18차례의 숨 가쁜 논의를 거친 끝에 극적으로 동의를 이루어 낸 최초의 단일안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상당하고 사회적 무게감 또한 크다. 우리는 이 합의안을 지지하며 국회가 9월 중 입법발의와 상임위(교육위) 통과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 기대한다. 아울러 국회 통과와 시행령 작업을 통해 2019년부터 시행될 것을 희망한다.
2. 협의체가 도출한 이번 합의안은 강사 등 비전임교원들에게 2가지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2-1. 첫째, 이번 개선 강사법령안은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에 의해 1962년 대학시간강사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지난 55년간 퇴행을 반복하던 대학교원법령과 정책을 멈춰 세우고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이다. 시간강사제도의 폐지를 지향하고 있으며 애매한 교원제도들에 대한 재정립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점에서 단순 강사법을 넘어 일종의 비전임교원법과 같은 성격을 일부 띠고 있다. 다만, 아직 보완해야 할 지점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계는 여전히 있다.
2-2. 둘째, 이번 합의안은 강사와 여타 비전임교원들에게 교원으로서의 구체적 지위와 권리 보장, 실질적 처우개선,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미흡한 미완의 법령안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가 흘려 온 피와 눈물과 땀방울을 생각하면 아쉬움 가득한 성적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안이 개선안인 것도 분명하다. 이번 합의안은 기존의 야만적 시간강사제도, 2011년 유예강사법(정부가 입법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설계가 잘못 되어 시행이 4차례나 유예된 강사법), 2017년 개악강사법안(정부가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법을 개악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됨으로써 사실상 폐기된 강사법안)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강사만이 아니라 다른 비전임교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확대 개선안이다.
3. 우리의 요구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합의안의 주요 개선 지점 몇 가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3-1. 첫째, 강사의 재임용절차 보장 기간 구체화(3년)와 소청심사권 명시(재임용절차 거부시 소청심사 가능)로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교원지위향상에관한특별법 적용을 좀 더 명확하게 했다. 이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학문성숙 기반 강화 및 학문후속세대의 미래 개척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3-2. 둘째, 강사 외 겸임·초빙교수 등의 비전임교원에게도 1년 이상의 계약기간과 신분보장을 법률로 명시하여 풍선효과를 대폭 줄였다. 이는 전반적인 상향평준화이다.
3-3. 셋째, 강사와 겸임·초빙교수 등의 비전임교원들에게 모두 책임시수 대신 최대강의시수 기준을 적용(강사와 기타 비전임교원 6시간 이하 원칙·최대 9시간,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9시간 이하 원칙·최대 12시간)하여 한 대학 내에서의 강의몰아주기로 인한 대량해고위협을 상당부분 줄였다. 이는 일자리 안정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강의기회 확대로 이어진다.
3-4. 넷째, 강사 외 겸임·초빙교수 등 비전임교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사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검증되지 않은 교원이나 무늬만 교원이 양산되는 것을 상당부분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학문후속세대를 비롯한 강사의 기회 확대로 이어진다.
3-5. 다섯째, 강사에 대한 방학 중 임금 지급을 법률로 명시하여 처우개선 노력을 분명히 하였다.
3-6. 여섯째, 교육부는 이번 합의안 마련 과정에서 교육부(안)으로 국립대 강사 강의료 인상 예산 확대, 사립대 강사 강의역량 강화 사업 예산 신설, 공익형 평생고등교육사업 예산 신설, 한국연구재단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예산 확대 등을 결정하고 정부예산안에 포함시키려 노력했다. 비록 아직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립대 강사 강의료 인상만 조금 되는 수준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었으나, 국회의 2019년 예산 확정 과정에서 그 의미를 살리는 조치(예산확보)를 해야 할 것이다.
3-7. 일곱째, 협의체는 주요 요청 또는 권고사항으로 강사가 강의시수에 상관없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 정부와 대학과 강사가 재원을 대어 퇴직공제제도 신설·운영, 직장건강보험 시행령 개정으로 강사에게 직장건강보험 제공, 연구공간 제공 및 학내 권리 신장,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정투자 확대 등도 제시하였다.
4. 비록 이번 합의안에서 미흡하거나 아쉬운 지점도 많이 발견되지만 지금은 그것을 강조하기보다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 건설과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학문 성숙을 위해 추가 개선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4-1. 첫째, 협의체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안이 연착륙하면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 공공성 강화 재정투자와 대학들에 대한 개선 유도 정책이 필수적이다. 방학 중 임금, 퇴직공제기금, 연구비, 강의료 인상 등 모든 것을 대학에만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대학시간강사제도 자체가 국가가 만든 것이고 대학의 편법적 교원제도 운영을 방조해 온 것도 국가이다. 헌법상의 교육권 수호와 교원의 자주성 확립과 함께 대학의 정상화와 제대로 된 교원정책을 펴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 상당부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국회가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을 경우 대학자본 대부분이 극심한 교원 구조조정을 통해 지금처럼 교수직의 비정규직화와 강사 대량해고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제는 말과 문구로만 선언할 것이 아니라 실제 예산과 정책 집행을 통해 변화를 직접 꾀할 때이다.
4-2. 둘째, 강사 등 비전임교원의 학내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권리가 대단히 제한적이다. 총장선출권을 비롯하여 평의회 및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참정권 보장과 연구공간과 연구비 지원에 대한 논의가 개선 강사법 시행과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4-3. 셋째, 이제 전임교원들에게도 책임시수가 아니라 최대강의시수 9시간 이하 기준을 적용하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대학자본의 비용절감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 및 대학서열화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하여 전임교원들의 강의시수가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는 현실을 하루빨리 바꾸지 못한다면 고등교육의 질 제고나 학문기반 강화는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 현재 전임교원의 과도한 강의 담당은 강사에게는 강의할 수 있는 기회 박탈을,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 박탈을, 대학원생들에게는 성숙한 학문 탐구를 위한 기회 박탈을 가져오고 있다.
4-4. 넷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를 폐지하고 원래대로 전임교원제도를 단일화해야 한다.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의 폐해가 극에 달해 있다. 대학 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확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완전 폐지 이전에라도 시급하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계약기간이 남은 동안 이들의 권리와 처우수준을 대폭 향상시키는 동시에 최대강의시수 9시간 이하로의 제한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기계’를 양산해서는 학문성숙을 이룰 수 없으며 고등교육의 질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아울러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당사자 역시 소외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제도로 인한 피해자는 교원과 학생 모두이다.
4-5. 다섯째, 모든 비전임교원들에게 처우개선과 연동한 총합 최대강의시수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워낙 임금이 적고 처우수준이 낮다보니 많은 비전임교원들이 연구해야 할 시간에 길거리에 돈을 뿌려가며 여기저기에서 많은 강의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핀란드처럼 한 대학에서 6시간 정도 강의하면서도 도시노동자평균임금 정도의 생활임금은 받을 수 있어야 고등교육과 학문탐구에 전념할 수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처우개선 수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비전임교원이 과도하게 여러 대학에서 많은 강의를 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기준은 차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단계적 적용의 형태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도 안 되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기에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밀도 있는 논의가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6. 여섯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공영형 사립대학 확대, 정년트랙 전임교원 100% 확보, 대학의 민주화, 대학의 자본으로부터의 종속 탈피 등 좀 더 근본적이면서 구조적인 해법 실현을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5. 협의회의 합의안은 법률만이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구체적 사항들도 상당부분 규정하고 있는 ‘종합적 개선안’으로, 단순한 고등교육법일부개정에만 그 영향력을 제한해서는 안 되고 예산마련과 추후 세부규칙 제정에서도 합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도록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와 관련하여 정부 예산 확보, 시행령, 시행규칙, 강사준칙 제정 활동에도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바는 강사법만으로 비전임교원 문제와 그와 연관된 여러 사안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합의안 만으로 학문후속세대 문제 해결,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학문 성숙, 민주적이고 평등한 대학 건설 및 대학 자율성 확보 등을 다 해결할 순 없다. 하다못해 강사 이외의 다른 비전임교원 문제나 전임교원 책임시수 문제조차 협의회 권한의 범위로 인하여 추가 합의안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협의회의 단일 합의안은 다시 한 번 큰 의미를 가진다. 단순 강사법 개정에서 전반적인 대학의 문제까지 논의하며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 그 합의치를 과거보다 끌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렇기에 이번 협의체의 합의안을 지지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서 올바른 법 개정과 예산 배정을 하도록 나름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앞에서 제시한 여러 향후 과제들 역시 제안하며 더 나은 대학과 더 나은 나라 건설을 위해 지식노동자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7.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입장 관철을 위해 9월4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한다.
2018년 9월3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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