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하는 교수 숫자>신규채용 교수 숫자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입학 정원 미달로 정규직 교수 뽑을 여력 없는 대학들
전임교원 가운데서도 정년 보장 안되는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 증가 추세
교수사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국가가 대학 교원 급여 지급해야”
연구실적 우수 땐 정년트랙 승진 보장, 전임교원확보율 수정도 대안으로 제시

14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정년트랙 교수 대신 비정년트랙을 채용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14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정년트랙 교수 대신 비정년트랙을 채용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교수도 줄여야 산다.’ 14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대학 사회의 위기가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식인인 교수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대학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지 않거나 뽑더라도 인건비가 싼 비정년트랙으로 뽑고 있다. 이 같은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는 교수들의 신분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교수사회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OECD 평균인 1.1%로 늘리고 ‘고등교육기관의 교직원의 급여 등 처우 개선’ 조항을 명시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연구 실적에 대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정년트랙으로 승진시키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교육부 ‘2021년 교육기본통계’. (자료=교육부)교육부 ‘2021년 교육기본통계’. (자료=교육부)

■ 5년째 신임교수 채용 ‘無’…비정규직으로 교수 자리 채우는 대학들 = 서울 한 사립대 A학과는 5년째 신임교수 채용이 없다. 이 학과의 전임교원 9명 가운데 40대인 1명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50대 중반이다. A학과 소속 B교수는 “우리 학과는 그나마 다른 대학에 비해 교수를 좀 뽑은 편인데도 5년째 신임 교원 채용이 없다. 우리 과뿐만 아니라 정년퇴직하는 교수가 있어도 채용을 안하는 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이 50대 중반까지는 연구력이 좋은데 5년만 지나도 연구력이 떨어진다. 교수들이 60세가 되면 해당 학과에 진학하는 대학원생 숫자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의 ‘2021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전임교원의 비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60대 이상 전임교원의 비율은 18.5%였지만 2020년 21.7%로 증가했다. 전임교원의 자리는 비정규직 교원들이 차지하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2022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학기 전임교원 강의 비율은 66.1%로 67.1%였던 전년 대비 1.0%p 하락했다. 반면 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은 21.4%로 21%였던 2021년 1학기보다 0.4%p 상승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1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강사를 포함한 비전임교원 수는 13만6777명으로 2020년 대비 3.9% 증가했다. 강사만 따로 놓고 보면 강사 수는 6만5485명으로 전년의 6만1133명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임교원에 포함되는 비정년트랙 교원을 채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임교원은 정년 보장 여부에 따라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뉜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정년 보장을 받았거나 아직 받지 않았지만 계약에 정년심사 기준이 포함돼 있거나, 규정상 심사 대상이 되는 등 정년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교원을 말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최초 계약이나 임용 당시 규정 기준으로 정년심사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형태로 임용된 교원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립 일반대학의 경우 2020년 기준 157개 대학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89개 대학의 지난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비율은 47.9%에 달했다. 고용비용을 최소화하고 교수충원율 산정 잣대가 되는 전임교수의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비정년트랙 제도를 이용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 정년트랙 교수 뽑을 여력 없는 대학들 = 대학들은 정년트랙 교수를 뽑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무팀 관계자는 “등록금은 14년째 동결되고 교직원 월급까지 깎이는 상황에서 학생 정원도 줄고 있다 보니 학생과 교수 비율을 맞추기 위해 교수를 뽑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재정 책무성이 떨어지니까 교수를 원하는 만큼 뽑을 수가 없다. 정년트랙 교수를 뽑아야할 때 비정년으로 돌리거나 아예 비정년으로 뽑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 대학은 지난해 1학기 정년트랙 교원 9명과 비정년트랙 교원 16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1학기에는 정년트랙 교원 5명과 비정년트랙 교원 9명을 채용했다.

경북의 한 사립대 교수도 “우리 대학도 신규 교원을 거의 안 뽑으려 하고 있다”며 “전 총장이 면담했을 때 이사회나 학교 측의 방향은 비정년트랙 교원을 늘리려고 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학교 분위기를 보면 작년엔 800명, 올해 700명 입학정원이 미달된 상황에서 신임 교원 충원이 힘들다는 분위기다. 우리 학과도 교원을 1명 뽑으려다 결국 안 뽑았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또 다른 사립대 교수도 “우리 대학도 비용 때문에 비정년트랙 교원을 40% 넘게 뽑고 있다”며 “비정년트랙 교원의 보수가 3000만 원 대에서 시작하니 정년트랙 교원 급여의 절반이나 3분의 1 비용으로 교수를 쓸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국가가 대학 교원 안정성 보장해야 = 교수사회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대학 교원의 안정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전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국가가 근본적으로 대학교원의 신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 비정년트랙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먼저 정부 재정지원을 OECD 평균인 1.1%로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등교육기관의 교직원의 급여 등 처우 개선’ 조항을 명시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대학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복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목원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 위원장은 “대학교육이 이제는 보편화된 만큼 적어도 일정 부분의 교직원의 보수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초·중·고 교사들은 월급은 물론이고 연금까지 국가가 지급하는데 사립대학만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정년트랙 교원의 일정 연수 이상 근속과 실적 달성 시 승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예를 들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도 20년 이상 근속하고 논문 등 연구 실적이 좋으면 정년트랙으로 승진할 수 있게 공식적인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조 사학민주화교수노조 목원대지부장도 “노사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학교에 정년트랙 전환 제도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논문 쓰는 비율 통계를 봐도 오히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논문 제출 편수가 더 많다. 우리 학교는 1년에 논문을 1편은 내야 재임용이 되니까 비정년트랙 교원들 모두 적어도 0.5편 이상씩은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확보율 수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박성원 대구대 청소년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전임교원확보율에 비정년트랙 교원도 포함시키고 있는데 기계적으로 포함시키지 말고 정년트랙 교원과의 급여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정년트랙 교원의 급여가 100이고 비정년트랙 교원의 급여가 50이라고 하면 교원확보율 지표에 비정년트랙 교원은 0.5만 포함시키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봉출 교육부 대학교원지원팀장은 “비정년트랙 교원의 재임용 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것과 같은 명시적인 법 위반 사례는 시정조치할 수 있지만 나머지 사항은 사립학교의 자율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