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8) 성적입력거부 파업 동참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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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7 11:12 조회1,524회 댓글0건본문
조합원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대구에서는 드물게 함박눈이 내립니다. 이렇게 눈 천지로 변한 세상처럼 이 세상이 우리가 늘 보던 각박한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변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집니다.
우리가 파업 농성을 시작한 지도 12일째를 맞고 있고, 오늘은 성적 입력 마감일(12월 28일)입니다. 또 아침부터 학생들의 성적문의도 시작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으실 것이고 파업에 동참할지 안할지, 하면 또 어떻게 할지 불안도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몇가지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 노동조합은 영남대학교와의 2012년 임금협상이 파행을 맞아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합법적 쟁의권과 파업권을 확보했습니다. 사실 노조 집행부는 쟁의권과 파업권 카드를 들고 영남대학교와 대화를 통해 단체협상을 체결하려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영남대학교는 440원→660원→1000원을 제시하면서 우리를 거지취급하는 작태를 보였습니다. 또한 교육권 보장과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우리의 요구 역시 모두 거부했습니다.(자세한 요구사항과 경과는 홈피의 최근 공지사항 참조) 무엇보다 분노하는 것은 영남대학교가 시간강사의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굉장한 손실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영남대학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남대학교 수업의 46%를 담당하지만 임금은 예산의 고작 1.7%를 차지(교직원은 약 45%)합니다. 등록금인하의 고통분담 운운이 가당키나 하단 말입니까? 도를 뛰어넘는 후안무치입니다. 비정규교수들도 영남대학교의 고통을 분담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노애락를 함께하는 동고동락체일때나 가능한 일이지, 모든 것에서 소외시키면서 고통만 분담하라는 무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몰염치와 불평등이 판을 치면서 사회질서와 정의를 가르치는 곳이 이 곳입니다.
우리에게는 돈 몇 푼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존심 보존과 권리 확보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자존심과 권리가 이 돈 몇 푼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끊임없는 정리해고 위협과 고용불안입니다. 강사법이 1년 유예되니 다시 교책객원교수를 선발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조마조마한 삶을 언제까지 끌고 나가야 할까요?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담아 한교조 영남대분회는 오늘 마감하는 성적입력을 거부함으로써 합법적인 파업을 시작합니다. 학사행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사업무의 마지막 단계인 성적입력을 거부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세상을 한탄하며 사람이 죽든, 해고가 되든, 누가 불행해지든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 사이에 우리 차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당연한 차별을 온 몸으로 막아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차별은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될 것입니다. 영남대학교는 인근 대학과 임금과 근로 조건의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 격차 역시 줄여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어렵게 파업권을 얻은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선생님,
부디 성적입력거부 투쟁에 참여하시어 우리의 자존심과 교권과 생존권을 지킵시다. 학교 한귀퉁이를 서성이는 우리 모습에 분노를 느끼신다면 성적입력 거부 파업투쟁에 동참해주십시오. 교육이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파업에 동참해주십시오.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신다면 파업에 동참해주십시오.
힘든 길이 될 것입니다. 쉬운 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있으면 살아있음을 느끼는 길일 것입니다. 흰 눈에 고스란히 덮힌 세상만큼이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파업에 많은 참여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성적을 입력했던 선생님들께서도 다시 삭제가 가능하니 파업에 동참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2년 12월 28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분회장 김임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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