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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잔혹한 의자놀이에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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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7 10:59 조회1,4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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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의자놀이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함께 의자를 차 버리고 의자놀이를 강요하는 자들을 몰아내는 것 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임순광입니다.
다들 지금쯤 고향이나 집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며 밀린 얘기를 나누고 계시리라 봅니다. 대통령선거나 등록금 문제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친지들 소식 나누다 보면 밤이 짧겠지요. 연휴가 짧기 때문에 장시간 이동하면서 피곤도 쌓일 것이구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무사히 귀환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되돌아보면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 노동조합의 일을 해 왔습니다. 2001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2003년부터 경북대분회 사무국장, 본조 정책국장, 경북대분회장, 본조 수석부위원장, 본조 감사, 본조 사무처장, 그리고 지금은 본조 위원장 등 안 맡아 본 직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도 멀고 부족한 점도 많아 늘 아쉽습니다.

사실 그 동안 임금 몇 푼 인상하고 공동연구실 및 약간의 복리후생 확보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 대부분의 대학에서 명절 휴가비는커녕 추석 전 임금 지급도 못 따내었고, 대학 분회도 더 건설하지 못했으며, 악법인 강사법 통과를 막아내지도 못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우리를 배신한 것과 우리 노동조합 역량의 부족이 근본적 이유이겠지만 위원장으로서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강사법이 시행되면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 강사를 뽑기 위해 강의몰아주기가 진행되어 전국적으로 1만 명 정도의 시간강사가 대량 해고’ 될 수 있습니다. ‘대학 판 비정규악법’이자 ‘잔혹한 의자놀이’인 강사법의 시행을 꼭 막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해 보이진 않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강사법을 무조건 강행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10월 9일(화)까지 대 국민 의견수렴을 한 후,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 직후 열릴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강사법 시행령 의결 건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법 제정을 통해 강사법 시행을 막을 수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11월 5일부터 며칠간 법안심사소위를 연 뒤, 11월에 한 두 차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든 11월 초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개최 전에 ‘법안을 발의’ 시켜야만 하고, 11월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킨 뒤, 최대한 빨리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시켜야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와 함께 하며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학을 개혁하겠다는 단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10월 5일 오전 11시에 서울 광화문 교육과학기술부 후문 앞에서 교육노조협의회(교수노조, 전교조, 대학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주최로 ‘강사법 시행저지와 이주호 장관 퇴진 및 국감 공동 투쟁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10월 8일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학생, 학부모 단체들 주최로 ‘강사법 시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각각의 기자회견 직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각 단체 명의로 작성된 ‘강사법 시행 반대의견서 제출’을 할 것입니다.

추석 연휴와 학기 중 결강이 끼어 있어 참석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 문제이고 우리 때문에 이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각 분회에서 기자회견에 여러 명씩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명 안 되는 분회나 본조 지도부에만 맡기지 마시고 조합원 여러분들께서 분회나 본조에 연락하신 뒤 참석을 해 주시면 무척 고맙겠습니다. 각각의 기자회견 전 30분 정도 일찍 오셔서 서로 인사하시고, 끝난 뒤에도 1시간 정도 식사하면서 말씀을 나눈 뒤 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10월 15일(월)과 16일(화)에는 국정감사장 앞에서 직접 투쟁에 나섭니다.
기자회견만으로는 압박이 부족할 것이기에 국회의원들이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의 국정감사장에 직접 방문하는 10월 15일(월)과 16일(화)에 현장에서 집중 투쟁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분회에서 천막농성을 비롯한 집회와 선전전 및 퍼포먼스 등을 준비한다면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현장 국장감사는 1팀과 2팀으로 국회의원들(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24명)을 나누어 해당 대학에서 진행됩니다. 보통 오후 3시에 국정감사가 열리므로 의원들이 도착하는 오후 2시 이전부터(오후 1시 30분이 적당한 시작 시각) 집회와 퍼포먼스 등을 하고 있다가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나타나면 조합원들이 10명 정도의 개별 의원들에게 ‘강사법 시행 중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관련 자료를 전달’하는 게 필요합니다. 세부 사항은 10월 11일 이후에 각 분회에 문의하시면 알려 주실 겁니다. 본조 지도부는 15일 오후 1시30분에는 국회의원 1팀이 오는 경북대, 16일 오후1시 30분에는 2팀이 오는 전남대에 집중하겠습니다.

10월 22일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농성 투쟁에 돌입합니다. 국정감사 집중 투쟁을 끝낸 직후이므로 국회의원들이 우리 문제를 다시 한 번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에, 여러 조합원들께서 주간 농성 투쟁에 함께 해 주신다면 본조 지도부는 국회로 들어가 강사법 시행 중단에 관한 법안 발의와 통과를 촉구하고 다니겠습니다. 몇 안 되는 인원으로 국회에 집중하려면 밖에서의 투쟁을 조합원들께서 좀 더 맡아주셔야 합니다.

이 모든 성과를 모아 11월 3일에는 서울에서 큰 집회가 열립니다. 비록 우리가 이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교조와 학교비정규직노조 및 대학노조가 교육문제의 올바른 방향으로의 해결, 비정규직 문제 해결, 대학구조조정 저지 등을 내걸고 1만 명 이상이 모이는 큰 집회를 성사시킬 것입니다. 대선 후보를 초청한 관련 토론회도 이후에 열릴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집회와 토론회와 함께 해야 우리의 목소리를 좀 더 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발의와 통과에도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을 충실히 하였음에도 국회와 정치권이 문제해결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특단의 조치 또는 극단적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위원장인 저는 요즘 이와 관련하여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이면서 교육자이자 학자인 우리를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세상이 야속하지만, ‘투쟁에 게으른 자에게 주어질 권리는 없다’는 명제를 떠 올리며 다시 긴 호흡 큰 걸음을 떼겠습니다. 혁명적 낙관주의를 잃어버리며 스스로 무너지지 않겠습니다. 적전 앞 분열의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자멸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적을 분명히 하고 단호하고 과감하게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로 이 노동조합에서 투쟁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 우리네 팍팍하고 차별받는 삶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진해일과 같은 대량해고법이 우리를 덮쳐 오는데도 아직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공세적인 직접 행동을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합원 여러분,
이 노동조합은 지도부 몇 명이 아니라 여러분의 것입니다. 주인답게 함께 투쟁해 갑시다. 대학도 우리의 피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당당한 주인 중 하나로서 강렬한 목소리를 온 몸으로 냅시다. 주인답게 ‘직접 행동’에 나섭시다.

집회, 농성, 기고, 그리고 첨부한 요령을 참고하여 ‘강사법 시행 반대의견서 제출(10월8일 마감)’ 등을 활발히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다음 추석은 학문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빚 걱정 안 해도 되는 진짜 명절로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가 서로 보듬고 함께 끝까지 투쟁해 나간다면 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힘을 냅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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