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3) 한교조 19대 위원장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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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8 11:49 조회1,109회 댓글0건본문
제19대 위원장 취임사
안녕하십니까, 조합원 여러분.
17대에 이어서 19대 위원장직을 다시 맡게 된 임순광입니다.
완연한 봄을 맞아 가족과 나들이도 가고 학생들과 편안하게 야외수업도 하고 싶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함께 일하던 동료 중 상당수가 강단을 떠나게 되었고 그나마 남은 우리의 처지도 내년에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어찌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혹여 ‘나는 괜찮겠지’ 하고 위로를 하더라도 부질없는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의 노동조합이 내년 가을에도 제대로 존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
2016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시간강사법은 누가 뭐라해도 ‘악법’입니다. 이리 보아도 저리 뜯어보아도 악법임에 분명합니다. 제 아무리 교원 지위 부여가 어떻고 하며 포장을 해도 본질은 정규직 교수 자리의 비정규직화, 교수 처우와 신분의 하락, 강의몰아주기와 시간강사 대량해고입니다. 최근 2~3년간 전국 사립대학 교수노동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정년트랙교수(특히 교육중점교원)’보다 훨씬 못한 신분의 교원제도가 곧 시행될 시간강사법에 따른 강사제도입니다.
교육부는 현재 비정년트랙교수의 숫자도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의 권리가 정규직교수에 비해 얼마나 제약되어 있는지, 급여가 얼마나 적은지, 얼마나 많은 강의를 해야 하고 더 많은 논문 실적을 갖다 바쳐야 하는지, 재계약조건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까다로운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 때문에 교육현장이 어떻게 파괴되고 시간강사가 대량해고 되고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대학이 몰락해 가고 있는지 교육부는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습니다. 대학자율이라면서 자신들은 권한이 없다고 강변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비정년트랙교수제도와 교육부의 대학평가지표(특히 비정년트랙교수를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고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을 평가항목에 포함시킨 점) 때문에 우리와 학생이 어떤 피해를 입고 대학이 몰락해가고 있는지 최근에 너무나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우리가 대학을 정상화하고 우리의 인권과 교육주체들의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대부분의 비정규교수를 정규직이 되도록 하고(OECD 평균 수준의 계열별 교수 1인당 학생 수에 도달하도록 정규직교원으로 법정교원확보율 100% 충원 법제화), 이 과정에서 정규직이 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일정정도 책임지는 방법(비정규교수에게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법률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입니다.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우리의 대안이 ‘연구강의교수제’입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1차적 목표는 ‘현재의 시간강사법 시행을 저지하고 대학평가지표 중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을 폐지’하는 것입니다. 현재 시행 예정인 시간강사법과 잘못된 대학평가지표를 그대로 두고서 올바른 대안을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엄청난 해고자가 순식간에 발생합니다. 우리의 현재 역량과 정세를 감안했을 때 이미 시행된 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지표 때문에 입은 피해 복구도 시급합니다.
그렇기에 2015년에는 ‘시간강사법이라는 악법 시행 저지와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폐지’를 1차적 목표로 설정해야만 합니다. 이번 3.14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사업과 예산 투여를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 선법 쟁취’에 집중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본조로의 의무금을 1인당 6천원에서 9천원으로 인상하는 결단을 내려 주셨습니다. 조합원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본조의 2014년 적자 문제를 해소하고 2015년 투쟁에 소요되는 경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결정을 해 준 대의원들께 이 자리를 빌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 3.14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조합원 여러분의 총의를 받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본조로의 의무금 납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본조 재정 집행상황을 직접 조합원에게 공개할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재정을 아껴쓰되 집중투자 할 곳에는 과감하게 투여하여 꼭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를 이루어 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2차 목표인 올바른 고등교육법 개정(연구강의교수제 쟁취) 또한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우리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노조가 시급하게 실질적인 전국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우리 노조가 전국 산별 단일노조인 것은 맞습니다만 여러 권역을 더 묶어내야 힘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기층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올라오고 전국 각지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정치권과 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 과업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또 더 나은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만 합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전국 조직화 작업은 앞의 목표 1, 2와 전혀 배치되지 않고 상승작용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또한 다른 교육운동단체들과 노동단체들 및 학생단체들이 함께 하는 몇 개의 주요 공동기구 활동에 힘닿는 한 함께 해야만 우리 노동조합의 요구가 전국적 요구, 다양한 관련 집단의 공동 요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2012년의 강사법 시행 저지(유예법안 통과)는 민주노총과 교육혁명공동행동 및 여러 공동 활동 단체들과의 끈끈한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단위들이 똘똘 뭉쳐 공동행동을 해야 파상적인 권력과 자본의 공세에 고립파편적으로 대응하다 무너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대안 쟁취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을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공세적으로 수행하되, 연대단체들과의 공동실천과 결부시켜 나가는 활동 또한 충실히 수행하여 더 큰 힘으로 우리 목표를 쟁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우리 노동조합은 2010년에 수 개 월에 걸친 교육부 앞 농성과 집회 및 대학별 파업 등을 통해 1만 명 이상의 국립대 시간강사 임금을 2배 가까이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2010년 시간당 42,000원->2013년 시간당 80,000원). 2012년에는 조합원 수십 명이 구속과 손배를 각오하고 교육부의 강사법 시행령 공청회 장소를 점거·농성함으로써 공청회를 무산시켰고 그 해 5개 대학이 해를 넘기며 파업 투쟁하여 승리를 쟁취한 바 있습니다. 2012년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시간강사법 시행 저지를 포기 없는 투쟁으로 쟁취하였습니다(시간강사법 시행 유예법 통과).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여러단체들의 연대와 함께 각 분회 지도부와 대의원 및 조합원 여러분의 힘이 분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단일한 목표를 총단결 총투쟁으로 쟁취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차이를 인정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절차를 거쳐 마련한 노동조합의 공식 입장을 존중하고, 특히 강사법 시행 저지·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 지표 폐지 투쟁만큼은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 우리는 권력과 자본을 상대로 한 엄청나게 어려운 싸움, 대정부 대국회 투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여러분이 아는 교수·연구자들을 지금 즉시 우리 노동조합으로 긴급히 조직해 주십시오. 본조에서 직접 연락하여 그 분들이 하실만한 일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다못해 유인물이라도 같이 돌리거나 SNS 활동을 하시도록 연결망을 만들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가방을 메고 유인물을 돌리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조합원이라며 제게 인사를 한 뒤 마지막까지 같이 유인물을 돌리는 B선생님을 만났을 때 저는 우리가 올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주와 전주에서 분회 건설을 갈망하는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불끈불끈 힘이 더 솟아났습니다. 4.29국회앞 집회날에도 수도권 비정규교수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투쟁이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타오를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린 그 날을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2016년 1월 1일의 강사법 시행을 놓고 일부는 개인적인 이유로 전열을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미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으로도 보입니다. 과연 우리가 두 번이나 유예시킨 시간강사법 시행을 또 막아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아직 우리에게는 9개의 대학별 분회가 있고 1,500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며 온갖 지원을 해 주는 민주노총이 있고, 전교조가 있고, 교수·연구자 단체가 있습니다. 교육운동진영이 있습니다. 진보정당들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와 함께하는 전국의 학생들과 국민이 있습니다.
제19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본조 임원들은 ‘생즉사 사즉생’의 심정으로 강건하게 비타협적으로 강사법 시행 저지 투쟁을 할 것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할 때 강사법 시행이라는 적을 막아내는 것뿐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쟁취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 참혹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쟁을 마무리했던 장군도 있었음을 기억하며 또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우리 다시 한 번 힘을 모읍시다. 위원장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미친 강사법부터 베어버리며 올바른 고등교육법 개정을 이루어내는 ‘일점돌파 전면전개’를 함께 합시다.
더 많은 비정규직, 더 쉬운 해고, 더 적은 임금을 분쇄하려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표를, 대학판 더 많은 비정규직, 더 쉬운 해고, 더 적은 임금을 야기하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비정규교수노조의 총파업 투표로 승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이 일은 시작됩니다. 단 한 분도 빠짐없이 4.24 하루 휴강을 결의하고 시간강사법을 분쇄하겠다는 총파업 찬반투표에 찬성으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들이 정치파업, 불법파업이라 몰아붙여도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4.24 휴강으로 분명히 보여 줍시다. 휴강 시 저들이 멋대로 의무화 한 보강주간도 이번엔 적극 활용합시다.
또한 각 분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2015년 임단협에 돌입하여 대정부 대국회 투쟁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은 자신이 속해 있는 분회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함께 4.29 국회 순회 투쟁과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해 주시고 6.22 국회 총집결 투쟁에 모두 결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본인뿐 아니라 학생, 동료의 손을 맞잡고 함께 국회로 올 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이고 정교한 투쟁 기획은 본조에서 하겠습니다. 위원장과 노동조합 지도부를 믿고 총파업 찬반투표, 4.24총파업, 4.29국회투쟁, 5.1노동절 휴일 수업거부 또는 수업 시 휴일근로수당쟁취투쟁, 6.22국회 총집결 투쟁에 꼭 함께 해 주시리라 믿으며 이만 취임사를 마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십시오.
SNS(페이스북 “임순광”)와 투쟁의 현장에서 늘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투쟁!
2015년 3월 21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제19대 위원장 임순광 올림
참고) 이전에 인터뷰한 교수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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