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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파리목숨같은 을 대학시간강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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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8 09:49 조회6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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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목숨같은 을 대학시간강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지난 2013년 6월 25일 고려대 시간강사 김모씨가 수업 도중 두통으로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뇌사 상태로 발견되어 입원 치료 중 6월 29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주위 교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씨가 상당 기간 동안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김씨는 정규학기에도 여러 개의 수업을 담당해 왔고, 방학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구와 강의, 학생지도에 신경을 쏟아야만 했다.



2013년 4월 20일 성균관대 겸임교수 이모씨(47)가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져 열흘간 병원 치료를 받다 결국 숨을 거뒀다. 1995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시간강사를 시작한 이씨는 2001년부턴 겸임교수로 재직해 왔다. 말이 교수지 처우는 시간강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고 후 그의 옥탑방을 방문한 가족들은 “쓰레기봉투에 라면봉지만 가득했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25일 조선대 서모 시간강사가 모대학 교수임용 탈락을 비관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자신의 유서에서 교수 채용 비리와 논문 대필 등 대학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열악한 처우로 인해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시간 강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고인이 된 위 세 분 비정규교수들은 평소에 남긴 말대로 그저“학자로서의 인생을 살려고 했지만”비정규교수를 둘러싼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비정규교수들은 과중한 업무, 심한 스트레스, 열악한 생활고, 정규교수에의 속박,  교수직을 사고파는 추악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비정규교수의 임용권을 가진 정규교수에게 예속되어 말 한마디 제대로 항변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엘리트로서 각종 예우를 받고 있는 정규교수에 반해 비정규교수는 그 어떠한 영예도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로 말하자면 정규교수가 양반이라면 비정규교수는 노비이고 정규교수가 적자라면 비정규교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교수는 ‘을’중에서도 최악의 파리목숨과 같은 을 노동자이다.



비정규교수가 한 대학이 아닌, 여러 대학을 떠도는 유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활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낮은 강의료 때문이다. 올해 4년제 일반대학교의 시간당 강사 강의료는 평균 5만 1000원이다. 3시간짜리 과목을 3개씩 맡아도 월급은 고작 180만원 수준이다. 표준생계비에 턱없이 못미치는 액수이다.



1시간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몇 배에 해당하는 강의 준비시간이 필수다. 특히 강사들이 맡는 강의가 대개 자신의 전공과 일치하지 않거나 매학기 담당하는 교과목이 달라지다보니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강의 준비 후 남는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전공영역을 연구하다보면 자연스레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더 큰문제는 시간강사들이 적은 강사료이라도 마음 놓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다보니 학교에서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고려대는 세종캠퍼스에 출강하는 시간강사 59명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이들이 담당하고 있던 수업을 일방적으로 폐강했다. 부산대는 올해 2학기 강의에서 100여명의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하려다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전면적인 반발에 직면하자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인제대 역시 올 2학기부터 시간강사들이 맡던 과목을 폐지하거나 3시간 이하를 맡아온 시간강사 절반인 189명을 해고하라는 지침을 학과에 내렸다.



대학들이 이처럼 시간강사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대량해고 살인을 서슴치 않는 것은 정부가 요구하는 대학평가를 잘 받고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이다. 정부당국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보장하라는 당사자 요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대학의 요구에 경도되어 시간강사를 계속해서 저임금 노예노동자로 묶어 두려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비정규교수들의 심정 또한 열악한 현실에 좌절하고 압박을 받으면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불안, 저임금, 노비 취급, 서자 대우 등으로 인해 비정규교수들은 자주 자살, 이혼이나 학문포기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상상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비정규교수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잔인한 현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국가와 대학은 국가가 담당해야할 고등교육 비용을 시간강사의 저임금으로 메우고 있다. 국가와 대학, 전임교원은 모두 시간강사들의 희생 위에서 많은 혜택을 입었으면서도 정작 시간강사에게는 어떤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채 떠돌이 유령 같은 존재로 방치해왔다.



시간강사들이 신분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강사들에게 그동안 빼앗겼던 교원지위를 뒤돌려주고 최소한 표준생계비 수준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것만이 비정규교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시간강사제도 철폐하고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하고 대학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현재 1년 유예된 개정강사법을 폐기하고 온전한 교원지위 부여, 생활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 쟁취투쟁에 전력투구할 것입니다. 정부와 대교협의 전향적인 협조를 강력히 요구한다. 


끝으로 고려대 김모 시간강사를 비롯한 이 땅에 시간강사 이름으로 곤고한 삶을 살아오다 먼저 가신 님들의 영전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교원지위조차 없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시간강사제도가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2013. 07. 09.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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