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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국정원 사태 관련 교수학술 4단체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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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11:34 조회1,4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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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학술 4단체 시국선언문

 

 

'국정원의 정치 개입'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이미 극복한 것으로 여겼던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고 하는 놀라운 사안과 그것을 처리하는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적인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접하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근절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기와 87년 이후 민주화국면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추구했던 목표였다. 그만큼 우리는 군사정권 시기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와 같은 정보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각종 정치탄압의 첨병으로 활동해왔던 어둔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원 사태는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의 댓글 달기를 통한 정치 개입 문제가 폭로되면서 밝혀졌다. 이때 국정원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무마하고자 했다. 또한 대선의 당락이 갈릴 수 있는 첨예한 '정치적 대치' 국면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일부 정치경찰에 의해 서둘리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국정원의 정치 개입'의 전모들이 드러나면서 우리들의 경각심과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취임 이후 지난해 대선 전까지 국정원 직원들에게 인터넷 사이트 수십 곳에서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1900여 건의 정치·대선 관여 게시글, 1700여 차례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리도록 지시한 뒤 사후 보고를 받았다. 문제는 대선 시기의 댓글만이 아니다. 사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대통령 선거 기간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이후 일관된 기조로 이루어졌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1년 11월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을 확대개편한 이후 조직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 수사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압력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구속 기소로 봉합되었다. 정치 개입으로 확인된 것이 67건으로 대단히 적고, 그러한 개입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 수사하라는 요구가 거세어지고 대학생들을 필두고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등 '국정원 정치 개입'이 전 국민적 사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국정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10·4정상회담 'NLL 발언'을 갑작스럽게 들고 나와 일종의 '물타기'전략을 구사하였다. 나아가 국정원은 정상회담에 배석해서 속기한 전문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고 하면서 전면 공개하였다.

 

 

"이번 일로 국격 훼손... 국정원·박근혜 정부는 선을 넘었다"

 

 

이러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보면서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일련의 사태 전개과정이 87년 이후 확립된 한국 민주주의, 그것을 확립해온 국민들의 인식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며,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여당과 보수세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였고 매우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는 87년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행위다. 이를 어긴 행위에 대해서는 헌법적 차원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정권적 차원에서 국가정보원을 국내 정치와 선거에 활용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기문란행위라고 하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의 정통성이 도전받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하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국정원이 2012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NLL발언 공개를 통해서 스스로의 범죄를 덮고자 하는 것 자체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이다.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정상회담 녹음테이프를 받아쓴 것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한다는 반민주적이고 몰상식한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는 금도(襟度)를 넘어섰다.

 

 

셋째, 이번 사건을 다루는 법무부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이 중대한 사안을 '불구속 기소'로 처리했다. 이는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사안이며 87년 이후 민주주의의 기본합의인 '국정원의 정치 개입 금지' 사안을 정권 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행위다.

 

 

넷째, 국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이루어지게 된 데에는 국회의 무책임과 무능함이 그 근본에 놓여 있다. 명백한 범죄인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반복되는 것은 국정원의 권한이 여전히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업무에 관한 민주적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수사 권한을 폐지하고 정보 수집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에서의 새로운 개혁을 국회가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두려운 마음은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가야할 정도이며, 정치적으로도 긍정적인 것이다. 우리 교수학술 4단체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국민 앞에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룬 민주주의를 굳게 지킬 것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2013년 7월 8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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