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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비정규교수의 생활권과 교권 쟁취를 위한 파업과 농성돌입 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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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11:13 조회1,4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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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의 생활권과 교권 쟁취를 위한 파업과 농성돌입 기자회견문

 

비정규교수의 생활권과 교권 쟁취를 위한 파업과 농성돌입 기자회견




  우리는 1%를 위해 99%에게 굴종을 강요하고 비인간적으로 수탈하는 미친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 대학도 극소수의 만족을 위해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미친 지식공장이 되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쥐어짜는 자본의 탐욕은 이미 대학을 집어 삼켜 버렸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교육부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화 되고 있고, 학력과 학벌은 중요한 상품이 되었으며, 대학은 기업으로 변질되었다.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이 오히려 자본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물신숭배의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학의 최근 운영방식은 기업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틈만 나면 대학의 주인(설립자, 재단, 총장 등)이 누구인가를 내세우고, 수익성의 관점에서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변하며,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을 죄악시하고 감히 경영권에 간섭한다며 타박한다.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좌 당 수강 인원은 고등학교의 그것보다 2배 이상 많다. 돈 안 되는 과목은 폐강기준을 높여 개설 자체가 안 되도록 한다. 취업이 잘 안 되거나 돈을 끌어 모으기 힘든 학과는 통째로 없애버리기도 한다. 자본가적 마인드에 심취한 자들에게는, 국민의 세금과 지역민의 노력과 교직원의 피땀과 학생과 졸업생의 삶이 담긴 대학이 한낱 자동차와 같은 사유재산일 뿐이다. 이들과 결탁한 지배자들은 대학 재단이 아무리 부정부패하고 비리를 저질러도 그때만 면피용으로 페널티를 줄 뿐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비리집단에게 대학을 되돌려 줘 버린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서 말이다. 대학은 이렇게 개인의 부를 증식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고 진리, 긍지, 봉사, 덕과 같은 가치 추구보다 효율, 성과, 수익에 집착하는 괴물이 되었다.



  기업화된 대학은 교육자와 학문 탐구자에게 표준화된 지식을 빠른 시일 내에 다량 공급하라고 강제하고, 그걸 교육과 연구과정에서 팔아 챙긴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연구비, 산학협력지원금 등) 등으로 자본 축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대부분의 대학은 병원, 기숙사, 어학교육원, 전산교육원, 평생교육원 등을 운영해 돈을 벌거나, 학교를 거대 주차장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거나, 벤처기업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해 준 대가로 주식을 챙기거나, 종합쇼핑센터를 학내에 입점 시켜 임대료를 받거나, 아예 땅 장사나 펀드 투자에 직접 나선다. 온갖 수입을 합한 전국 대학의 1년 총 재정 규모는 30조 원을 훌쩍 넘긴다. 국가 예산 부문에서 4~5위를 차지할만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재단 적립금만 해도 8조원이 넘고 상당액은 용도가 불분명하다. 사실 대학의 수익금은 대부분 학생들이 내는 돈이기에, 간혹 투자를 하다가 실패하여 수십 억 원의 손실을 봐도 재단이나 총장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걱정도 하지 않는다. 수험생 입시전형료를 올리거나, 신입생 입학금을 올리거나, 재학생 등록금을 올리거나, 대학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외주용역을 주거나, 인력 감축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 상층부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힘없는 하층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착취와 수탈을 통해 유지되는 신자유주의적 원리가 대학에도 그대로 관철되는 꼴이다.



  그런데 아무리 착취와 수탈이 이루어지더라도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대학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을 담당하고 학문탐구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교원이다. 교원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책임지는 핵심 주체이기에 국가가 이들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주도록 되어 있다. 헌법의 교원지위법정주의(교원의 지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자본가의 입장에서 볼 때, 법적 지위를 보장받은 교원에게는 연구실, 충분한 급여, 연금, 복리후생, 중요 의사 결정권, 각종 교권 등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화된 대학들은 법적 지위가 없는 교원, 정규직이 아닌 교원 채용을 선호하고, 이들에게 짧은 계약기간 동안 저임금을 시급제로 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원한다. 이 제도가 바로 대학 시간강사 제도이다.



  2009년 학부 강의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전임교원이 51%의 강의를 담당하고 49%를 비정규교수, 특히 7만 여명의 시간강사가 36%의 강의를 담당하는 현실은 이런 연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은 1천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 전임교원의 그것에 비해 최소 5배에서 10배의 차별을 받고 있다. 고용기간은 6개월 이하이고, 공동연구실이나 휴게실은 100명당 1개꼴로 지원되고 있으며 대학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아예 없다. 이처럼 인간이 아니라 유령처럼 취급되며 잠시 쓰다 버려지는 존재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반인권적/반교육적 시스템이 시간강사제도이다.



  안타깝게도 상당히 많은 정규교수들도 이 시스템을 반긴다. 자기들에게 돌아올 몫이 많고,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는 비정규교수가 자신들의 고용 안전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승자독식 구조 아래에서 권력의 달콤한 맛을 누리며 마치 하인을 부리는 양반이 된 것 같은 감흥에 젖을 수도 있으니 어찌 정규교수 상당수가 시간강사제도의 폐지를 원하겠는가! 직원 중에서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것도, 공무원이 되어도 계약직으로 또는 시간제 공무원이 되는 것도, 전산/어학교육원 강사와 식당 조리원과 시설관리(청소 포함)노동자 상당수가 외주용역업체에 고용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노동시장을 분단하여 노동자를 분할지배하며 비정규직을 더 수탈하고 착취함으로써 자본 축적을 용이하게 하려는 대학 자본과 그 뒤를 봐주는 정부와 국회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간 단결과 연대가 부족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대학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정녕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비익조와 연리지처럼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는 1990년에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하는 투쟁과 대학을 상대로 하는 싸움을 병행해 왔다. 한국 자본주의가 비정규교수들의 노동조합에게 허용한 임금단체협상의 합법적 범주는 임금과 근로조건이다. 우리에게 근로조건은 교육과 연구 활동에 관한 것이기에 우리의 근로조건 개선은 곧 대학 교육의 질 향상과 학문 활성화와 직결된다. 더욱이 비정규교수의 근로조건 개선은 정규교수에게도 이득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한 투쟁의 한 축으로 최대수강인원을 줄이고 폐강기준을 완화하며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학내 기구 구성과 공동연구실 확충 및 연구 지원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다른 한 축으로 우리는 생활임금 쟁취와 고용안정을 위해 싸워왔다. 특히 조선대학교에서 희생자가 나온 2010년에는 이 곳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앞에서 2개월간 농성과 집회를 하여 그 해 10월말에 대학 강사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올려놓았다. 사회통합위원회, 교과부, 청와대, 한나라당, 민주당은 저마다 대책을 내고, 예산을 확충하고 좋은 법을 통과시킬 것처럼 떠들어대었다. 하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대학강사들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국립대 일부 전업강사의 강의료 약간 인상(시간당 42,500원에서 60,000원으로 전임교원의 법정강의시수 9시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연봉 1,620만 원에 불과하여 생활임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 구조조정의 위협(시간강사 줄이기, 전임교원 시수 늘이기, 교양강좌 줄이기, 최대수강인원 늘이기, 졸업이수학점 줄이기, 폐강기준 높이기 등), 기존 전업강사 일부의 비전업강사화 뿐이다. 청와대, 교과부, 보수정당들의 '정규직의 시간강사화 법안 놀음'은 대 국민 사기극으로 판명 났고, 18대 국회가 저물어가는 지금 파산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시간당 강의료를 대폭 인상했다는 교과부의 주장과 달리 2011년 관련 예산은 사실상 줄어들어서 각 국립대로 내려갔고 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대학마다 아우성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10월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예산 상황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국ㆍ공립대의 경우 외견상 시간당 강의료를 6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인상한다고 교과부가 발표했지만 관련 예산은 시간당 2천 원 인상분만 배정되었을뿐이다. 나머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대학들은 다시 한 번 시간강사를 해고하거나 전임교원의 담당시수를 늘리거나 비전업강사의 수를 증가시키거나 강좌 개설을 줄일 것이다. 결국 교과부와 정부와 국회의 잘못으로 인해 전국의 대학에서 교육/연구환경 파괴의 악순환만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교육 공공성 확보의 책임을 방기한 채 국민을 기만하고 대학의 교육/연구환경을 파괴하고 비정규교수들을 능멸하기 때문에 우리는 올해도 날선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2011년 12월의 주요 투쟁 현장은 일단 대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대학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학 자본에 맞서 외칠 핵심 주장은 생활임금과 교권 쟁취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는 먼저 가능한 대학에서부터 파업을 시작한다. 전남대분회는 이미 압도적 찬성을 바탕으로 100여 명의 비정규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과 천막농성에 돌입하였다. 경북대분회와 부산대분회는 이 시간에도 파업찬반투표 중이다.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자 학교 측은 통계의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등록금도 동결되고 전임교원들의 임금도 거의 오르지 않는데 강사의 임금인상률만 10%가 넘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연봉 7천만 원 이상 받는 사람들과 거의 매년 빚지며 살아가는 저임금 교육노동자의 상황을 어찌 동등하게 볼 수 있단 말인가. 라면 먹던 사람들이 보리밥 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는데 거기에다 대고 자신들은 최고급 등심 먹다가 불고기 먹게 되어 불만이라고 염장을 지르는 꼴이다. 더욱이 교과부가 지시한 국립대 2011년 강의료 인상률은 41%가 넘는다. 이 정도는 맞춰놓고 협상을 해야 상식적인 것이 아닌가.



  한편, 영남대분회는 지난주부터 본관 앞에 농성장을 폈다. 이에 대응하는 대학 자본의 야만성은 비정규교수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영남대학교는 한겨울 농성을 하는 비정규교수들의 보금자리를 지게차와 직원을 동원해 파괴하려 하였다. 엄동설한에 농성장의 전기를 수차례 끊기도 했다. 방학 중에는 임금도 안 주면서 비정규교수들이 농성을 하니까 얼어 죽으라고 전기를 끊는 반인권적 대학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키고 있다. 영남대학교는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사회의 정이사 중 다수를 선임한 이래, 반노동조합적 세력이 기세등등하다. 흥미롭게도 이 대학에는 인권교육센터가 있다. 학교 측 교섭위원장은 인권 관련 상을 받았다. 총장은 노사관계전문가이다. 배움과 말과 행동이 이토록 불일치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는 교육자이자 학문탐구자의 자부심으로 진리를 온 몸으로 드러내기 위해, 평등을 온 몸으로 쟁취하기 위해 이제 혹한 속으로 몸을 던진다. 이번 투쟁에서 임금 몇 푼을 인상시키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 붕괴되는지도 모르고 승자독식의 아편에 심취한 지배자들에게, 자신의 피 맛에 심취해 칼날을 죽을 때까지 핥는 늑대들에게 '우리의 목을 베라', '우리를 더 뜯어먹어라'고 두 눈을 부릅뜨고 맞서며 대학의 노예들이 이제 투쟁으로 해방을 준비하고 있음을, 이제 곧 우리를 옭아맨 노비 문서를 불태워 버릴 것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이 싸움에 나선다. 온갖 통계 조작과 허위 보도 자료 유포와 기만적 법안 작성에 익숙한 교육 관료들에게 최후의 일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기 위해 이 곳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거대한 산맥과 같은 투쟁의 파도를 준비하여 온갖 쓰레기 법안과 승냥이 같은 고위 교육 관료들을 쓸어버릴 것임을 천명한다. 농성과 파업은 이 결의를 더욱 굳건히 하고 방도를 튼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분노하고 연대할 줄 아는 영혼을 가지고 투쟁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투쟁을 통해 진정 쟁취하는 것은 임금 몇 푼 인상이 아니라 점차 강고해지는 노동자들의 단결이다. 우리가 싸워서 잃을 것은 노예의 쇠사슬이요 쟁취할 것은 평등한 자유, 학문 탐구에 대한 인간의 자유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단체의 동지들과 연대하며 우리는 꿈을 현실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교육자, 학생, 학부모, 노동자가 단결하고 연대하여 교육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며 교육공공성을 쟁취할 것이다. 아무도 '각성'한 우리의 길을, 탄압과 착취를 뚫고 불가사리처럼 성장하는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전진, 또 전진하자. 투쟁!



야만적 차별제도, 시간강사제도 철폐하라!
대학강사도 사람이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대학강사도 교육자다, 교권을 보장하라!
대학강사도 연구자다, 연구환경 개선하라!
노동자학생 단결투쟁, 교육환경 개선하자!
노동자시민 연대투쟁, 교육공공성 쟁취하자!
등록금과 교직원임금 국가가 책임져라!
기만적 강사대책, 이주호는 물러가라!
대국민 사기정부, 이명박은 퇴진하라!



2011년 12월 19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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