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3월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 관련 정부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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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 관련 정부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
정부는 기만적 개정안을 철회하고 내실 있는 교원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
미래를 팔아 오늘을 잠시 살 순 없다.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이 힘겹다고 해서 전국의 대학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데 동의할 순 없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국공립대 전업강사 일부에게만 약간의 떡고물을 던져주면서 ‘무늬만 교원이면서 반쪽짜리 기능을 전담하는 시급 교원제도를 고착화’하려는 시도이다. 시급 교원제도는 방사능 오염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문의 자주성과 전문성 파괴, 교원들의 생활 불안정화, 교권의 실추, 교육·연구 환경 악화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가 기만적인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지 않거나 국회에서 내실 있는 교원 지위 부여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교수, 학생, 학부모, 노동단체들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규탄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학점은 교원에게, 교원의 지위와 권리 보장은 내실이 있게, 교원에 대한 대우는 국가가 책임지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핵심 주장이다.
우리가 지난 10여 년간 ‘대학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정규 교수를 법적 교원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해 온 이유는,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은 교원이 해야 하고 그 교원의 지위와 물적 급부 및 권리 보장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먼저 OECD 평균 수준에 맞게 교수 1인당 학생 수(OECD 평균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5명 수준인데 한국은 25명을 훌쩍 넘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7만 5천명 내외인 정규 교원(고등교육법14조2항에 규정된 교원)보다 더 많은 수의 전임교원을 당장 뽑아야 한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향후 2~3년 내에 현재의 전임교원충원률 100% 달성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 이 때 초빙교수와 겸임교수는 법적으로 교원이 아니므로 이 충원률에 포함되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안이 달성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꼭 대학에서 전임 교원의 형태로만 교육/연구 활동에 종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명예교수를 제외한 모든 비정규 교수를 ‘연구강의교수’로 하여 이들에게 내실이 있는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 우리의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에게 받아들여져 ‘연구강의교수제’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대표발의)이 현재 국회 교과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이 세 가지 방향 모두를 거부했다. 오히려 안정적인 지위를 가진 교원을 더 이상 충원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내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권위와 보람을 먹고 사는 선생이자 사회의 자양분이 되는 지식을 창출하고 공급하는 지식노동자로서 우리는, 정부가 3월 22일에 확정한 개정법률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정규 교원 충원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언제까지 몇 명 정도의 정규 교원을 더 뽑겠다는 발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정규 교원이 비정규 교원보다 훨씬 더 많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뽑을 교원 상당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정부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고 우리는 강력히 맞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과부는 실질적인 시간급 전업강사를 ‘전임교원충원률’에 1:1로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교수노동시장은 기간제 교수로 가득차게 될 것이고 이는 곧 학문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원충원률에 포함시키려면 우리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대로 ‘보장되는 권리와 자원에 비례(정규 교수와 비교하여 보장해 주는 비율만큼만 충원률에 포함)하여 총량제’로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규 교원을 최대한 많이 뽑으면서 동시에, 정규 교원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 교원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권리(2년 이상 계약제 실시, 총장 선출권 보장, 과도하지 않은 평가를 통한 재계약 제도화, 강좌개설권 부여, 학사 참정권 부여 등)와 물적 급부(법정강의시수 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경우 월급제로 3인 가구 표준생계비 지급. 기본급을 도입하고 한 대학에서의 최대 강의시수는 9시간으로 하여 강의 시수가 적을 경우 임금이 조금 줄어드는 것은 인정)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이다.
2.
강사라는 명칭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며 교육/연구의 기능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전임강사, 강사라는 용어 모두를 폐기하고 연구와 강의를 주로 한다는 의미에서, 또한 학내에서 교수라는 명칭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차별적 요소 포함)를 감안하여 ‘연구강의교수’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3.
특히 사립대에 대한 지원 내용이 없어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인데 ‘권고’만 한다고 하니 도저히 그 실효성을 믿을 수 없다. 사립 중등학교 교사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교부금’ 제도를 신설하여 사립대학의 비정규 교수들이 국가로부터 직접 인건비를 보조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정부의 3월 22일 개정법률안은 지난 2010년 10월 25일 사통위의 안처럼 非교원(초빙교원, 겸임교원)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절반의 비정규 교수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비전업 강사들은 다른 직업이 있다고 간주되어 임금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는 이들이다. 이런 임금 차별 자체가 온당치 못하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강의평가도 비슷, 노동시간과 방식 동일, 교과목에 학점 부여 동일 등) 임금 차별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비전업의 기준 설정이 자의적인 것은 더욱 문제다. 비전업 강사라는 명칭은 당초에 변호사나 교수 같은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소속되지 않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경우에 붙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관련 교육/연구 분야에서 월 1백만 원 내외를 받는 비정규노동자나 학술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할 경우에도 모두 비전업 강사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나 교수를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의 비전업 강사에게 강의는 교육 활동인 동시에 실질적인 생계 활동이다. 그럼에도 비전업 강사에게 차별적인 임금(국공립대의 경우 35% 이상의 차별)을 지급하는 것은 대학의 인건비 절감 요구 때문이다. 대학, 특히 사립대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마땅히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초빙교원이나 겸임교원은 일종의 비전업강사제도이다.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줄 때 ‘전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절반에 가까운 강사들이 갈 곳을 잃거나 초빙교원, 겸임교원의 형태로 흡수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 겸임/초빙교원은 교원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조치를 통해 얻는 이득이 없다. 겸임/초빙교원제도가 존재해 온 사실상의 이유는 법정교원충원률 계산을 할 때 20%까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부 사립대는 겸임교원을 100명 이상 둔 곳도 있다. 초빙교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립대의 경우 각각 이미 수십 명의 초빙교원을 두고 있다. 원래 특수한 교과목을 담당하기로 되어 있는 초빙교원은 현재 전혀 특수하지 않은 교과목(글쓰기나 수학이 어찌 특수한 교과목이라 하겠는가!)을 상당수 담당하면서 교원충원률을 형식적으로 높이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교원인 강사’ 역시 타 대학으로 강의를 가게 되면 겸임/초빙으로 취급되도록 한 내용 역시 같은 이유로 해서 문제가 된다. 국립대의 경우 강사는 몇 년 뒤에나 전임강사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연봉을 받게 되는데, 그들이 타 대학에서 그것조차 못 받는 형태로 교육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교과부의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업 강사는 일부 ‘교원인 강사’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절반 정도의 비전업 강사는 과거보다 처우가 열악해진 겸임/초빙교원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겸임/초빙교원을 포함하여 ‘교원이 아닌’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폐지하고 모두 ‘교원 신분을 가진 연구강의교수제’로 단일화해야 한다.
5.
교과부가 계속 시도하고 있는 반쪽짜리 교원 제도를 반대한다. ‘교원은 교육활동을 하는데 연구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의만 전담’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교과부의 시도는, ‘강의만 담당하는 반쪽짜리 교원을 양산시켜 권리와 물적 급부 부여를 제한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6.
시급제 강사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월급의 형태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3월 22일의 정부안은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 시급을 주면서 ‘시간강사’의 ‘시간’이란 말만 빼내어 시간강사제를 폐지했다고 주장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시급제 교원제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7.
시수(특히 9시간), 전업 여부, 박사학위 여부 등을 이유로 수많은 비정규 교수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간혹 언론에 관련 이야기를 교과부에서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러한 시도는 대량 해고를 불러오고(2009년 비박사대량해고사태), 대학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침을 교과부가 내리거나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당시수는 대학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8.
몇 가지 사항은 진전된 측면이 있으나 아직 대단히 미흡하다. 국공립대 전업 강사에 대한 강의료 일부 인상은 과거보다 나아진 것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내용이 우리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현재의 교원들이 받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도 못 받는 비전업 강사가 절반이고 사립대 비정규 교수에게는 아예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의 효과가 매우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약간의 물적 급부만 던져주며 열악한 수준의 비정규 교원제도(사실상 시급교원제도)를 정규 교수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고착화한다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임을 알려 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부는 이번에 확정한 정부 안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내용을 대폭 수정하기 바란다. 그리고 국회에서 좀 더 노력을 하여 정규 교수를 많이 뽑고, 비정규 교수들에게도 내실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면서 교원 지위를 부여하며, 대학에 더 좋은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 구성원들 간의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법이 새롭게 개정될 수 있도록 앞장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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