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4) [전교조 성명] 강사법 개정하고 대학을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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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10:43 조회1,599회 댓글0건본문
[성명]
촛불정부의 의무이다
강사법 개정하고 대학을 개혁하라
지난 9월 4일부터 비정규 교수들이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 ‘강사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전교조는 5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비정규 교수들의 농성 투쟁을 지지하며 강사법 개정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곳곳이 국정농단과 적폐로 신음하는 동안, 대학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다 같은 교수가 아니었다. 교수들의 절반 이상은 전임교수가 아닌 비정규 교수들로 채워졌다. 국가와 자본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대학 교원을 전임이 아닌 비정규 교수들로 채용해 온 결과다. 1962년 시간 강사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그나마 법적으로는 대학 교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1977년부터는 시간 강사들은 법적인 교원의 지위도 박탈된 채 시간강사, 연구교수, 겸임교수, 석좌교수 등의 이름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면서도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법에 의한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 교수의 급여는 정규직 교수의 1/4도 안 되며, 방학 중 임금 지급 제외, 건강보험 제외, 연구실 미제공 등 근무 조건도 최악이다.
진리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에서 교수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 교수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아래의 이유로 야만이라는 말 이외의 다른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첫째, 전임 교수들과 똑같은 노동을 하고 똑같이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생활임금도, 어떤 연구 환경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근무조건은 정당하지 않다. 비정규직 교수들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2000년대 들어 수차례에 걸쳐 죽음으로 항거한 비정규직 교수들의 고통에 더 이상의 침묵은 중단되어야 한다.
둘째, 비정규 교수들이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동안, 대학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활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 강의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는 연구 시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 교수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비정규 교수의 강사 수당 인상, 연구실 제공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 교수의 근무 조건 향상 나아가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투쟁을 꾸준히 벌여 왔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 3일 대학강사제도협의회가 발표한 강사법 개선 합의안은 비정규 교수들의 오랜 투쟁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사법 개선안은 단지 비정규 교수들의 요구, 주장만은 아니다. 이 합의안은 국회 추천 전문위원 4명, 대학 측 위원 4명, 강사 등 비정규교수 측 위원 4명 그리고 교육부 담당 공무원 등 강사법 개선 방안과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극적으로 동의를 이루어 낸 만장일치 합의안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18년 3월부터 5개월간 18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다.
협의회 운영 과정에서 교육부가 회의 준비 실무를 맡고, 교육부 장관이 직접 협의회 위원들을 만나 노고를 치하하였으며, 9월3일 합의안 보도자료 작성과 기자회견 역시 교육부에서 담당하였으므로 이는 곧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각종 대학 관련 대표 단체들이 위원들을 파견하여 5개월간의 활동 끝에 합의한 것이므로 대학 측의 입장이기도 하다. 또한, 국회 상임위에서 추천한 전문가위원 4명이 함께 회의하고 참여하여 결정한 합의안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노사와 국회 그리고 정부, 모두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안이라 할 것이다.
이번에 합의한 시간 강사법 개선안은 비정규 교수들의 입장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간강사를 포함한 모든 비정규 교수들에게 1~3년 동안 교원 신분을 보장하여 실질적으로 대학교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외에 최대강의시수, 대학교원의 자격요건 강화,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 보장, 건강보험 제공, 연구공간 제공,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교육부의 정부 예산 반영 노력 등 비정규 교수의 제반 근무 조건 향상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의 합의안 존중과 협조이다. 벌써 합의안 마련에 함께 참여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안을 삭감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제출한 관련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다는 것이다. 비정규 교수들이 강사법 개선안의 입법과 정부의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농성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정부와 국회는 대학 교원의 절반을 넘는 비정규 교수들이 안정적으로 교육과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강사법 개선 합의안에 따라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문 재생산 기반이 튼튼해지고 학문 절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학생에게는 양질의 교육, 국민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정부의 내년 예산 최종 조율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 기획재정부는 물론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강사법 개선 합의안이 통과되고, 관련 예산의 편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심 협력하기 바란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강사법 개정안을 포함한 강사 제도의 개선은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사법 개정안은 대학 적폐를 걷어내기 위한 조치의 일부이자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강사법 개정안은 비정규 교수의 고용 안정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첫 발을 떼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 교수, 비정규 교수의 차별이 철폐되고, 누구나 평등하게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힘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강사법 개정을 필두로 대학재정교부금법,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법 제정 등 적폐 청산과 대학 개혁을 위한 입법과 예산 지원에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그것이 촛불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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