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0) [민교협 성명] 개정 강사법 개선안의 조속한 입법이야 말로 죽어가는 대학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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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10:50 조회1,516회 댓글0건본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성명서>
개정 강사법 개선안의 조속한 입법이야 말로 죽어가는 대학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개정 강사법의 개선안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2010년,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피맺힌 절규로 호소하며 목숨을 버리신 서정민 선생님의 희생으로 그 이듬해 제정된 강사법은 그러나 강사들의 처우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숱한 갈등만을 유발한 채 그 시행이 계속 유예되어 왔다. 그리고 2018년, 정부, 국회, 대학과 함께 강사 측, 즉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전국강사노동조합 등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모인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는 5개월여의 진통 가득한 논의 끝에 마침내 강사법 개선안을 도출해 냈다.
우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이번 강사법 개선안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우리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엄연한 교원인 강사들의 교육권과 연구권, 그리고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강사를 포함한 비정규교수들이 ‘강사’라는 법적 교원의 지위를 이제야 부여받게 된 것은 너무도 늦은 일이지만, 마침내 올바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교수·연구자 동료로서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1년 이상의 임용기간 보장과 방학 중의 임금 지급 규정도 OECD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이 열악한 강사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도 또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퇴직금 제도 도입이나 직장 건강보험으로의 전환 등도 노동권과 인권 차원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며, 의당 주어져야 할 연구 공간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교원으로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한 것은 대학 교원의 입장에서 마땅하고 또 마땅하다.
지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교육의 질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개선안의 시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11년 시행 예고되었던 강사법과 <전임교원 강의율 지표 85%>를 내건 2014년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3만 6천여 명의 강사를 대학 강단에서 내몰았다. 최근 논란 속에 강행되었던 대학기본역량진단사업은 비록 전임교원 강의율을 지표에서 제외했지만, 상당수 대학들은 여전히 70~80%의 전임교원 강의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대학의 강의들이 졸속으로 운영됨은 물론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최저 그룹에 머무르고 있다. 훼손된 교육의 질을 재고하지 않고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 번째, 더욱 절실한 이유는 이번 개선안이 심각한 학문후속세대 문제 해결의 첫 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후속세대의 원활한 재생산은 지식기반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박사가 되어도 강사 자리 하나 얻는 게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는 것이 작금의 대학 현실이다. 학문후속세대에게 교육하고 연구할 최소한의 안정적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문의 위기를 가속시킴은 물로 지식기반사회 자체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요청에 부합하는 이번 강사법 개선안이 시행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국회가 하루 속히 이를 통과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교문위는 말할 것도 없고, 법사위와 국회 본의회를 통과하는 데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있다. 대학과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국회의원들이 사학 재단 등의 이익을 위해 이번 개선안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국회 뿐 아니라 국민들과의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을 통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선안의 시행을 위해선 교육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줄어들고 있는 대학생들로 인해 재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이번 개선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실제로 개선안이 발표되자마자, 많은 대학들은 예산 확보나 3년 재임용 절차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비정년트랙 교수나 강의전담교원 1인에게 강사 2~3인의 몫을 떠넘김으로써 앞으로 강사 임용을 ‘0’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2019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기획재정부가 강사 지원 600억원 예산을 ‘0’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실로 신음하고 있는 대학과 학문에 확실한 죽음을 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강사 지원 예산을 확실히 마련하고, 지정 예산이 현장 대학에서 제대로 집행하는지 철저하게 감독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 민교협은 비정규교수, 학문후속세대들과 연대해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시키고 학문 재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개정 강사법의 개선안이 원안 그대로 입법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강사 지원 지정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국회 교문위 및 예결위를 설득하고 대국민 공감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나아가 죽어가고 있는 고등교육을 살리기 위해 국민적 교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8년 9월 12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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