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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교수신문] 모두 반대하는 강사법, 고칠 기회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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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10:15 조회1,5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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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반대하는 강사법, 고칠 기회 아직 있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철학

시간강사 제도, 모두의 문제다❺

강사법은 또 유예되었다. 2011년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네 번째 유예이다. 유예를 의결하면서 국회의원들은 “교육부는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질책했지만, 손 놓고 있기는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한 일은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 유예한 것에 불과했다. 강사법의 시행 주체인 대학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시간강사들만 하염없이 대학에서 쫓겨났다.

강사법의 입법 취지는 강사의 신분보장과 고용안정, 그리고 처우개선이었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교육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명목상의 교원 지위를 주기 위해 다수의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내몰릴 위험을 방치했다. 시간강사들은 주당 4~5시간 강의를 하는데, 교원의 책임시수인 9시간을 적용하게 될 경우 대량해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누군가는 강사가 되고 누군가는 대학에서 쫓겨난다. 동료들의 해고를 딛고 강사가 된 사람들은 그나마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개선돼야 죄책감이 줄어들겠지만, 계약기간이 고작 1년인 비정규직일 뿐이고 처지도 나아지는 바가 거의 없다. 교원이 아닌 시간강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사학)연금, 직장건강보험이 없으며, 교권도, 연구권도, 학과회의 참석을 비롯한 어떠한 의사결정권도 없다. 강사법은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져 왔던 착취와 차별을 법률로 명시하는 악법이었다.

강사법을 반대하기는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사들에게 주당 9시간 책임시수를 맡기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할 뿐 아니라, 더 심각하게도 3시간이건 6시간이건 대학 마음대로 수업을 맡기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무리 1년짜리 계약직 교원이라 하더라도 4대 보험이니 퇴직금이니 하는 비용까지 들어가니 재정적 부담을 호소하면서 반대해 왔다. 대학들은 연구와 교육의 장기적 전망보다는 눈앞의 편의적 운영을 선호했고 마땅히 져야 할 재정을 부담스러워 했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를 고용하느니 이미 고용된 전임교원들에게 더 많은 강의를 맡기는 길을 택했다. 초중등교실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수강 인원 60명 이상의 대형 강좌를 만들고, 그도 모자라 책임시수가 9시간인 전임교원에게 15시간까지 맡기기도 한다. 전임교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 강좌를 맡아 수업을 해야 하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늘어난 수업으로 연구의 질이 하락하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시간강사들이 줄어들면서 학문 다양성도 파괴되어 갔다. 대학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자신들의 존재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심지어 교육부는 대학평가를 하면서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비정년트랙도 전임교원으로 인정하였다. 시간강사는 대학 소속이 아니어서 행정잡무를 맡길 수도 없고 대학평가에서도 손해를 본다. 그런데도 대학이 시간강사를 부리는 것은 순전히 싼 값에 마음대로 쓰고 마음대로 버릴 수 있기 때문인데, 강사법이 시행되면 적어도 1년 이상 계약을 보장해야 하고, 비용도 이전보다 비싸지니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년트랙을 채용해 12시간 이상씩 수업을 맡겼다. 교육부는 대학의 이러한 행태를 용인했고, 조장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정년트랙 전임교원들은 줄어들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정규직인 겸·초빙교수들이 늘어나고 강사들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전임교원들의 수업시간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대형 강좌가 많아지고 전체 강좌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교육과 연구의 질이 떨어져 대한민국의 학문 수준은 하락할 것이고, 구성원들 간의 위계와 차별이 더욱 뚜렷해져 대학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착취와 차별의 전당이다. 착취와 차별을 법률로 정당화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강사법을 먼저 시행하고 나중에 고치자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고칠 기회가 남아 있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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