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6) [민중의소리] “대학교수가 편의점 알바까지” 연수입 650만원 비정규 교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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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10:22 조회1,745회 댓글0건본문
“대학교수가 편의점 알바까지” 연수입 650만원 비정규 교수의 비애
2018년 대학별 임금단체협상에 나서는 대학비정규교수 노조
발행 2018-06-12 19:47:02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 분회는 12일 학교 이사장·총장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이사장과 총장의 거부로 전달할 수 없었다.ⓒ민중의소리
“총장! 이사! 나오세요! 우리도 바쁩니다!”
12일 ‘2017년 임금단체협상 결렬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총장·이사장실을 찾은 성균관대학교 교수들이 참다못해 외쳤다. 2시간30분가량 기다렸지만, 굳게 닫힌 철문 안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분회장은 대학 관계자에게 “철문 틈으로 항의서한만 받으면 우린 갈 거라고 전해 달라”고 했지만, 총장과 이사장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총장과 이사장은 교수들을 따돌리고 뒷문으로 이미 퇴근한 상태였다.
전임교수:비정규교수
인적 비율 50:50
강의 비율 60:40
그런데 인건비 비율은 96:4?
이날 성균관대 총장·이사장실을 찾은 이들은 모두 비정규 교수들이다. 대학 비정규 교수라 하면, 겸임·초빙 교수와 시간강사들을 말한다. 보통 시간강사만 시간제로 임금을 받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전임이 아닌 겸임·초빙 교수들도 모두 시간제로 월급을 받는 시급노동자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면 1·2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권리를 요구하기 힘든 구조다. 대학에 밉보였다간 계약연장이 안 되거나,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정규 교수들은 그동안 학교를 상대로 임금협상을 제대로 벌이지 못해왔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한 2017년 시간강사료를 보면 대학과 비정규교수 간의 갑을관계 문제가 분명해진다.
2010년만 해도 성균관대는 국내 대학 중 강사료가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 다른 대학 강사료는 4~5만원 수준이었지만, 성균관대 시간당 강사료는 1~2만원 높은 5만8900원이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2017년 기준 성균관대 강사료는 6만5700원이다. 7년 동안 6800원이 오른 셈이다. 반면, 경북대·부산대·전남대의 경우 4만원 이상이 올랐다. 2017년 3개 대학의 강사료는 각각 9만2000원·9만4000원·9만1000원이다.
열악한 강사료와 관련해 한 성균관대 비정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보통 일주일에 4.5시간 강의를 합니다. 이걸로만 따지면 한 달에 100만원이 조금 넘어 보여요. 그런데 방학기간엔 강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균관대 비정규교수의 1인당 평균 연수입은 650만원 수준입니다. 최저임금의 절반조차도 한 참 안 되죠.”
성균관대 비정규 교수로는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서 교수 중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김진균 성균관대 비정규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시간강사로 버티는 경우는 보통 집안에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며 “대부분 논술학원 등 사교육에 발을 뻗거나, 그것도 여의지 않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재단 프로젝트를 받거나 다른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극소수”라며 “연구재단 프로젝트는 워낙 경쟁률이 심하고, 서울권 대학들은 대부분 석·박사 과정이 있어서 모교출신만 강사로 수용하려고 해도 빠듯해 2개 이상 강의를 나갈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 전임교수와 비정규교수의 임금 차이는 이와 같다.ⓒ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분회
더욱 황당한 것은 전임교수와 비정규교수의 임금차이다. 성균관대 비정규교수 노조에 따르면, 성균관대 정규교수와 비정규교수의 비율은 50대50으로 거의 같다. 강의비율 또한 정규교수가 62%를 담당하고, 나머지 38%는 비정규교수들이 채우고 있다. 그런데 인건비 비율은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정규교수들에게 책정된 인건비는 2522억(96.4%)인 반면, 비정규교수들의 인건비는 95억(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25배가량의 차이였다.
이에 성균관대 비정규 교수들은 강사료 7만65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타 대학 만큼만이라도, 최저임금 인상률 만큼만이라도 올려달라”는 절박한 교수들의 외침인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 측은 겨우 1천원 수준의 강의료 인상과 일부 노조활동 보장안만 제시하고 더 이상의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도 실패해 성균관대 비정규교수노조에선 현재 파업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교수들이 파업에 나서게 생긴 것이다.
2018년 대학별 임금단체협상에 나서는 노조
“비정규교수 천시하고 노조 얕보는 곳에선 가열한 투쟁 전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학교 분회는 12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문제는 성균관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조는 “연세대·고려대 등 대부분의 사립대에선 너무 낮은 강사료로 비정규 교수들이 모두 생계가 막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항의서한 전달에 앞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분회별 2018년 임금 단체협상 핵심 요구안과 정부·국회·대학을 상대로 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비정규교수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총장선출권·대학평의회·교육과정개편기구·공간조정위원회 등 학내 의사결정권 ▲강좌개설(신청)권 연구공간 확대 및 논문게재료·학술발표비 증액 등 교원으로서의 실질적 지위 보장을 위한 교육연구활동에서의 권리 강화 ▲교원의 최대강의시수 준수 등 고용안정을 위한 권리 강화 ▲임금 인상과 계약기간 연장 및 재임용기회 확보 등의 처우개선을 위한 권리 강화 등이다.
노조는 “2018년 상반기에도 시간강사법의 독소조항 폐기와 올바른 대체입법을 위한 노력을 강사제도개선협의회 활동을 통해 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비정규교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대책을 촉구하며 강사제도개선협의회 활동과 함께 노·정 교섭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정부예산안이 발표되고 시간강사법과 강사제도개선 관련 공청회가 개최되면 지금까지의 구체적 논의 결과를 알게 될 것이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올바른 대책을 쟁취하기 위한 거센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린 2018년 대학별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대정부·대국회 활동과 병행 할 것”이라며 “방학 중 집중 교섭으로 일정 성과를 내는 곳은 조속히 협상을 타결하겠지만, 비정규 교수를 천시하고 노동조합을 얕보는 곳에서는 가열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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