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2) [뉴스1] '강사법'이 아니라 '비전임교원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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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09:51 조회1,693회 댓글0건본문
(10.9)'강사법'이 아니라 '비전임교원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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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었다. 5개월이 흘렀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별, 착취, 갑질, 비리, 불통, 조작, 부패 등 온갖 사회병폐의 집합소처럼 인지되는 대학가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관료들과 설립자들의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돈 대주기와 줄 세우기 정책, 2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사업은 앞에서 언급한 병폐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학은 평가 점수를 높게 받아 재정지원을 많이 얻기 위해 그 원래 기능을 다하기보다 더욱 그로데스크(grotesque)하게 변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대학은 오래전부터 강사들에게는 벗어나기 힘든 '괴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학업에 매진해 강의를 하게 되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뿐, 몇 년이 지나면 생활고와 차별과 암울한 미래에 절망하는 경험을 한 강사가 지금까지 몇십만 명이었을까. 이 나라 10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배출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교원임에도, 그 법적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며 대학 내에서 배제되어 온 강사의 존재는 유령에 다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학문탐구와 교육활동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생존과 생활을 위해 대학에서 '버티고' 있다. 몇 명은 대학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일부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는 정부(교육부), 총장, 이사장 등이다. 이 사용자들 중 교육부가 앞장서서 국회에 로비해 만든 법이 2018년 1월1일 시행예정인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다.
강사법은 2010년 입법 준비단계에서부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강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다 2011년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후 강사 대량해고와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및 대학원 붕괴 등의 비판을 무수히 받아 법 시행 한 달 전에 극적으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유예됐다. 그 후 2차례, 총 3차례에 걸쳐 여야 합의로 시행이 유예된 희대의 법이 강사법이다.
이런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애초 법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상반되게도, 법 시행이 다가올 때마다 강사 대량해고와 강사 이외의 비전임교원을 양산하는 부작용이 늘 초래됐다. 2011년 강사법 통과 후 5년간 1만명 이상의 강사가 해고됐다. 2018년 1월1일 그대로 시행할 경우 현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3만~4만명의 강사들이 추가로 해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사를 살리자는 법이 강사를 죽이는 꼴이다. 1주일 9시간 이상의 책임시수가 강제되는 강사법은 소수에게 강의 몰아주기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키기 때문에 한 학교에서 한 두 강좌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강사들에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가 만든 침대에 다름 아니다.
이런 비판에 대응하여 2016년에는 교육부가 주도하여 강사법을 고쳐 쓰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인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기존의 강사법보다 더 개악된 것이라 도저히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혹 떼려다 혹 키운 꼴이 돼 버렸다. 국정감사 직후 강사법 관련 국회 공청회가 열린다면 이 개정안은 큰 논란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9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 폐기와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음을 국회 토론회 장소에서 말한 바 있다.
2011년의 강사법 설계가 잘못됐으면 올바른 설계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여야가 다툴 이유가 없다.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키고 여야가 합의해서 시행을 유예했던 법이 아니었던가. 2012년과 2013년의 강사법 유예안 발의자는 민주당이었지만 2015년에는 새누리당이 똑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주도했다. 강사 등 비전임교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을 좀 더 안정적으로 해 주자는 입법 취지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본다.
중요한 것은 7만명의 강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12만명 이상의 모든 비전임교원들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풍선효과로 인해 강사들은 해고되고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른 비전임교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 질 것이다.
대학은 급격한 기술 유입 및 사회 전문적 분야와의 연결 등 다양한 기능을 다하기 위해 때로는 일정 규모의 비정규교수 제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학의 운영진이 그걸 악용해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시간강사 제도, 겸임·초빙교수 제도, 기타 비전임교원 제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를 확대해 온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비전임교원 제도로 수십 가지의 비정규교수 제도를 통합해 이들에게 보편적인 권리를 법과 가이드라인으로 일정정도 보장하고 그 비전임교원 제도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들이 세부적인 교수 제도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대학의 비전임교원들은 절대 다수가 연구와 강의를 중점적으로 하므로 '연구강의교수 제도'로 하나의 통합적 비전임교원 제도를 만들고 이 연구강의교수들에게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생활임금과 계약기간 및 재임용 과정 그리고 학내에서의 각종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TV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늦어도 2017년 11월 중에 강사법 폐기가 선언돼야 한다는 점이다. 12월초부터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대학들의 강사 대량해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단 강사법이 시행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하루빨리 정부와 국회로부터 분명하게 나와야 재난 수준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강사법이 아니라 비전임교원법이 필요하므로 강사법은 유예해 개정을 시도하기보다 폐기하고 대체입법하는 형태로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는 강사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음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고 하루빨리 해당 상임위 안에 미래지향적 교원 관련 법체계 개편 특별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곧 가동할 국가교육회의에 미래사회 대비 교원제도를 다루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안에 대학 비전임교원 특별위원회를 둬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그 동안의 과오를 씻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누구나 4차 산업혁명과 평생교육 강화 및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말하는 시절이다. 하지만 정작 그 일을 담당해 오고 계속할 정규직 교수보다 많은 12만명 이상의 비전임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임교원들은 대학 안팎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예를 들어 각 읍·면·동마다 있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을 위한 강좌를 담당한다든지 중·고등학생을 위한 입시 후 또는 방학 중 특강을 대규모로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민들이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고 강의 담당자는 해당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와 교육부는 자신들이 잘못 만든 강사법 문제조차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는 이 고르디아스(Gordias)의 매듭을 끊어버려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대학을 대학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을 하루빨리 내딛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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