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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경향신문·공공의창 공동 기획]30명 못 채워 학기 시작 후 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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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2 09:59 조회1,5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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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공공의창 공동 기획]30명 못 채워 학기 시작 후 폐강…

수업 준비한 강사도 허탈하지만 학생들 수업 선택권 침해도 문제

 

ㆍ비정규직 교수 처우와 연동된 한국 대학 교육의 질 

                        

대학 ‘시간강사’들은 4인 가정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지난해 대학 교원 전체의 3분의 1이 이런 시간강사였다. 시간강사 처우 문제는 이들의 노동권이나 생계 차원을 넘어 대학교육의 질과도 직결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학에서 강의하지만 ‘교수님’ 대신 ‘선생님’이나 ‘박사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 4인 가정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연봉. 지난해 기준 전체 교원 대비 32.1%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들의 현재다. 이들의 문제는 늘 대학 내의 일로만 여겨져왔다. 하지만 대학 내 저임금 지식노동자로 전락한 ‘비정규직 교수’들의 문제는 전문직·고학력 인력을 국가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질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다.  

지난 1일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국내와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강사 6명이 모여 ‘비정규 교수의 눈으로 본 대학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시간강사의 처우는 학생 학습권과 떼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대학들의 조치는 시간강사들에게는 노동조건 악화로, 학생들에게는 강의의 질 추락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대학마다 정해진 ‘최소 수강인원’ 기준이다. 대학별로 교양과목의 경우 대략 10~30명을 폐강 기준선으로 정해놓고 이에 못 미치면 강의를 없앤다.

 

■ 툭하면 폐강, 수업 연속성 없어  

폐강은 강사의 생계가 막막해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ㄱ강사는 “학기 초 수강변경 기간이 지난 뒤 강의가 없어지면 수업준비는 무용지물이 되고 다른 강의를 찾을 수도 없게 된다”며 “적은 인원으로 제대로 수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학들이 콩나물 교실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기별로 강의계약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연속성을 갖고 공부를 할 기회도 줄어든다. ㄴ강사는 26년간 여러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올해 현대영미철학을 가르치는데 3년 만에 하게 된 것”이라며 “철학 과목의 특성상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파고들어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시간강사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 강사들이 머물 곳이 없으니 학생들은 강사와 안정적으로 만나 수업을 상담할 수도 없다. 학교 경비를 들여 처리할 업무를 강사들에게 헐값에 떠넘기기도 한다. 유럽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수도권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ㄷ강사는 “교수들이 해야 할 학위논문 심사를 강사들에게 논문 한 편당 1만~2만원을 주고 맡긴다. 논문 심사는 논문과 인용문들을 다 읽어보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못하겠다고 거부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 밥벌이 위한 ‘영혼 없는 연구’들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니 시간강사들은 각종 연구 프로젝트로 연구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다. 밥벌이 때문에 연구의 독립성이 무너지는 일은 허다하다. ㄱ강사는 “4대강 사업 때는 모든 프로젝트 앞에 ‘녹색발전’이, 지난 정권 때는 ‘창조경제’가 붙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영혼 없는 연구자들을 양산해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7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ㄹ강사는 “어떤 사립대학에는 강사실에서 인쇄를 몇 장 했는지까지 이름과 함께 적어야 한다. 프린터 위에 ‘논문은 인쇄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고 전했다. ㄴ강사는 “학생들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문자를 받는 강사들도 많다. 전임교수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일명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교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1년 이상 임용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계절학기 강사 등은 1년 미만으로만 계약할 수 있게 예외조항을 둬 1년 미만 강사들이 양산될 거라는 반발이 나온다. 시간강사의 신분을 초빙교수 따위로 바꿔 법 적용을 피하려는 편법도 난무한다. 실제로 강사법 도입이 예고되기 전인 2012년 7만4644명이던 시간강사 수는 2016년 5만3319명으로 2만명 넘게 줄었다. 음대에서 10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 ㅁ강사는 “미국 박사학위가 있으면 그나마 10년은 버티는데, 그렇지 않으면 5년씩 인맥을 타고 돌다가 끝나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고학력자들 ‘탈한국’ 부추겨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고학력 인재들은 이런 대우를 받으며 박탈감에 시달린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 시내 대학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ㅂ강사는 “대학들이 고학력자들을 마치 인력시장에 가면 언제든지 모을 수 있는 인력으로 취급한다”고 했다. 결국 이들은 한국을 떠나 외국에 정착하려 하거나 학계를 떠난다. ㄹ강사는 “일본 학자들은 해외유학을 잘 가지도 않을뿐더러 유학 뒤 대부분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은 인재들이 한번 유학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에 돌아오지 말고 정착해라. 한국에서 할 것 반만 하면 거기서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연구와 강의가 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라면 이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공의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좌담을 진행한 이은영 사회여론연구소장은 “급격하게 지식정보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시간강사 문제는 국가 차원의 전문직 고학력 인력 활용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사립학교 교사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듯이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고 정부책임연구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들의 기본급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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