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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2011년 전남대분회 파업 돌입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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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10:35 조회5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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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전남대학교 비정규교수의 생존권 쟁취와 대학의 야만적 차별에 저항하는

파업에 돌입하며



2011년 12월, 우리 사회는 1%를 위해 99%에게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고 냉혹한 차별에 의도적 침묵으로 동의하는 '미친 자본주의(Crazy Capitalism)'로 치달으며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향해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다. 문명을 인간의 표상처럼 여기는 21세기 대한민국, 지성의 정원․정의와 진리의 전위(前衛)이어야 할 대학에는 야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어져 있다. 차이(差異)가 차별(差別)로 왜곡되고, 힘 있는 자가 모든 결실을 독식하며 약자를 강압하는 야만. 사람이 사람을 모욕하고 제도가 사람 위에 군림하여 끊임없이 삶을 침탈하고 비정규교수를 전업/비전업으로 쪼개어 식민화(植民化) 하는 야만 말이다.



죽음의 순간, 시저는 소리쳤다. ‘브루투스 너마저!’ 우리는 이렇게 탄식한다. ‘아! 대학 너마저!’ ‘미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소망했던 대학은 한갓 맘몬의 제단 앞에 맥없이 스러졌다. 아니 스스로 맘몬의 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감히 선고한다. “대학은 죽었다.” ‘정의’와 ‘진리’라는 커다란 두 단어는 전남대학교의 머릿돌에서 삭제된 지 오래다. “강의분담률, 전체강의의 35%. 강의료, 전체 예산의 3%” ‘35% 대 3%’라는 극명한 대비, 35%가 3%로 전치(轉置)되는 순간 우리는 숫자의 마법에 할 말을 잃는다. 대학이라는 이름에 자꾸 야만이라는 언어가 겹쳐 떠오른다. 그렇다 “대학은 야만이다.”



‘희언자연(希言自然)’ 자연스러운 것은 말이 없다. 그럼에도 위장(僞裝)이라는 휘장을 두른 대학은 할 말이 참 많은가 보다. ‘반값 등록금’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다. 자본의 끝 모를 욕심은 마침내 학부모에게는 등골이 휘는 삶의 버거움과 고통을, 젊은 학생들에게는 좌절감과 무기력을 안겼다. 등록금 인상에 애달던 대학은 여태껏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 했던 ‘등록금 인하’ 문제를 임금협상 자리의 첫머리에 올려놓는다. 협상 시작부터 숫제 ‘등록금인하’, ‘예산삭감’ 타령 시리즈다. 마치 연봉 1,500만원도 채 안 되는 임금, 1년의 1/3[4개월]을 어떤 수입도 없이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762명의 비정규교수에게 쥐어주는 시간당 기천원의 알량한 푼돈이 ‘등록금 인하’의 걸림돌이라도 되는 듯, 2,700백억에 이르는 예산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내는 듯이 말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의도는 분명하다. 시간강사의 정당한 최소한의 임금 인상 요구를 학생들의 ‘등록금인하’, ‘예산삭감’이라는 자의적 명분과 결부시켜 좌초시키려는 것이다.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다. 교직원에게는 정해진 임금 외에 급여 보조성 경비로 기성회비에서 수백억 원을 지출하는 통 큰 대학이 어찌된 일인지 비정규교수 앞에 서면 ‘돈이 없다’고 엄살 부리며 하소연하는 초라한 모습이 된다. 우리는 대학의 이중적 모습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한다. 이는 “돈은 있지만 비정규교수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강압적 선언에 다름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 대학이라는 작은 권력은 큰 권력[정부]에게는 복종(服從)의 서약으로 몸을 낮추고, 약자[비정규교수]에게는 묵종(黙從)을 강요하며 지배자로 군림한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주는 쥐꼬리만 한 강의준비금을 깎겠다는 엄포도 서슴지 않는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2010년 우리 비정규교수는 광화문 교육과학기술부 앞 좁은 거리, 청와대 앞에서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과 씨름하고 겨울에는 길거리의 찬 기운을 맞으며 온종일 기자회견, 1인 시위로 1년을 보냈다. 그 결과 교과부는 비정규교수의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의 힘에 밀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강의료를 해마다 10,000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분명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언 발에 오줌 누기[凍足放尿]’식 임시방편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난의 학문 여정을 어엿한 학자․교육자라는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우리 비정규교수들에게는 긴 가뭄 끝 다소나마 갈증을 해소하여 주는 단비다. 그러나 기대는 촌음(寸陰) 간에 분노와 절망으로 바뀐다. 대학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빤히 알 수 있는 술수를 부린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 시간당 강의료를 최소 60,000원 이상 지급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대학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기존에 전혀 다른 명목으로 한 학기에 한번 지급했던 강의준비금을 강의료에 포함시킨다. 강의료 가이드라인의 최저한도선인 60,000원에 의도적으로 맞추기 위해 대학 스스로도 궁색하다고 인정하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下石上臺]’ 꼼수를 정당화하려고 애쓴다. 시간강사에게는 한 푼이라도 덜 주겠다는 억지가 애처롭다. 이는 애초 시간강사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강의료 인상의도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뒤늦게 깨친 생각에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뜻은 빠져있다. 대학은 처음부터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해놓고 마치 커다란 혜택이라도 베푸는 듯 최선을 다했노라고 강변한다. 서울 도심에서 1년 내내 계속했던 대정부 투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리 비정규교수들이 숱한 고생을 하며 쟁취한 성과인데, 생색은 왜 대학이 내는 것일까?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이 바로 대학이다. 비정규교수의 임금은 전임교원의 1/4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를 이유로 고통의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인간에 대한 예의에 합당한 것인가?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에 기대어 살아가는 비정규교수에게 예산 절감의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또 얼마나 궁색한가? 오죽했으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친기업적 구호를 표방하며 노동자를 억압하여 전 국민적 원성을 사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마저도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겠는가? 모두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대학만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을 위한 자구적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처분만 기다릴 뿐 스스로 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의 책임을 정부에만 전가하는 것은 대학의 직무유기다. 비정규교수에게 책임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여 가하는 폭력이다. 우리는 도를 넘는 대우는 바라지도 상상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노동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우를 요구할 뿐이다.



우리 비정규교수들에게 대학은 신념을 실현하는 장이며, 진리를 밝히는 방이며, 희망을 일구는 땅이다. 어떠한 시련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아도 우리는 대학을 떠날 수 없다. 우리는 대학교육의 공공성 확보, 교육재정 확충, 대학 내의 비규정직 차별 철폐, 비정규교수의 생활임금 보장의 기치를 내걸고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똑같이 삶의 주체가 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의 격정을 억누르면서 다시 한 번 말한다.



대학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넓게 열어 비정규교수의 부당한 처우와 열악한 현실을 똑똑히 바라보고 정당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이제 우리 비정규교수는 의연하고 당찬 파업의 결기를 알찬 연구와 성실한 교육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하면서 여기 모인 모든 시민단체와 굳건한 연대의 힘으로 비정규교수의 생존권 보장과 대학의 야만적인 차별 타파를 위해 함께 싸워 나갈 것을 다짐한다.



달콤한 거짓말들
협박하는 거짓말들 앞에
부질없는 기대와 망상들
근거 없는 희망과 말들
그 모든 말들과 생각들은
필요 없다.



말들 속엔 피가 돌지 않고
생각 속엔 근육이 꿈틀대지 않는다.
말과 생각 밖에 살아 숨쉬는
손을 맞잡고 어깨를 걸어 물결을 만드는
가슴과 가슴으로 번져 마침내 불꽃을 지피는
낡은 사진 속에 무용담이 아닌
몸과 몸이 만나 마침내 이루어지는 거대한 사랑
사랑이 필요하다.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 신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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