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6) 강사법 제대로 알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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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09:45 조회2,131회 댓글0건본문
공개 채용
누가 강사가 될 수 있는가? 연구 또는 강의 경력이 2년이면 된다. 연구와 강의 경력이 각각 1년씩이어도 되고. 그러니까 석사과정만 수료해도 강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지원 자격에 불과하고, 실제로 강사가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강사는 반드시 공개채용을 거쳐 임용해야 한다. 더불어 겸임·초빙 등도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 이제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려면 명예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예외는 있다. 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1항 단서 각호에 따른 임용기간 1년 미만의 강사와 전문대학에서 산업체를 원 소속기관으로 하여 3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 재직자를 임용할 경우에는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할 수도 있다. 이들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개채용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강의를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지금처럼 하려고 할 경우 법률 위반이 된다. 물론 전임들의 임용도 그러하지만 강사의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전임 공채에서는 탈락해도 강사라도 할 수 있지만 강사 공채에서 탈락하면 대학에서 쫓겨났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탈락한 강사들 중 누군가는 공채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들은 심사 결과의 공개를 요구할 것이고, 대학이 거부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무는 법이다.
강사의 임용기간은 1년 이상이다. 여기도 예외는 있다. 원격대학의 강사나 학기 중에 발생한 교원의 6개월 미만의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연구년(6개월 이하) 또는 교원의 직위해제·퇴직·면직으로 학기 잔여기간에 대하여 긴급하게 대체할 강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달려 있는데, ‘학기 중에 발생한’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에 빈발하는 성폭력 사건이라든지 등등의 일들로 갑자기 해당 교원이 파면이 된다거나 할 경우에는 공개채용의 과정을 거쳐 잔여기간 동안 강의를 맡길 수 없으니 이런 경우에만 긴급대체 강사의 임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긴급대체 강사야말로 원래 시간강사의 역할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만 시간강사를 고용해야 했는데 대학이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 바람에 소위 말하는 ‘시간강사 문제’가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사법은 대학교원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공개채용의 절차를 거쳐 임용된 강사는 중복임용이 가능하다. 즉, 다른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가도 그 대학에서도 그대로 교원으로서의 강사이다. 방학 중 임금도 각 대학에서 그대로 받는다. 강사는 1년 이상 임용해야 하는데 이들 중 한 학기만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어찌 되는가? 그래도 1년 간 교원이다. 매학기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원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강사의 수업시수가 매학기 같아야 할 이유도 없다. 1학기는 3시간 하고, 2학기는 6시간을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한 학기만 개설되는 강좌가 있기 때문에 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그런 강좌를 맡는 강사는 오직 그 강좌만 강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강사는 전임교원과 다르다는 우월의식을 버려야 한다. 전임교원들도 한 때는 강사였고, 전임교원이 되자 갑자기 세 과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 아니다.
강사의 수업시수는 6시간 이하이다. 여기도 예외가 있다.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9시간(겸초빙은 12시간)까지 맡을 수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9시간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이다. 전임교원들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학교의 장이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리 되면 예외가 규칙이 되고 규칙이 예외가 되어 규칙이 없는 상태가 된다.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강사를 많이 고용할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 이유는 대학의 전공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인데, 무리하게 한 강사한테 9시간씩, 6시간씩 시수를 몰아주게 되면 그만큼 강좌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대학원의 몰락뿐 아니라 학문의 다양성 파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강사들한테 6시간을 배정하면 강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3시간 배정해도 된다. 가만, 강사들이 6시간 수업을 하면 강의 질이 떨어진다고? 강사는 한 과목만 수업할 수 있고 그래서 6시간 수업을 하면 강의 질이 떨어진다면 9시간 하는 전임교원, 즉 세 과목을 하는 전임교원의 강의 질은 볼 장 다본 거 아닌가? 저 말에 따르면 대학의 강의 질을 떨어뜨린 주범은 전임교원이 된다. 중등교사는 한 과목만 수업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 술 더 떠 강사를 해고하기 위해 전임교원들에게 네 과목, 다섯 과목씩 맡으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그 대학들이 어디 대학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서울대 학장단이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수요에 부응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시의성·다양성·유연성 확보가 절실”한데 “단기임용을 제한하는 강사법은 이러한 요구를 실현하기 힘들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사들을 1년 이상 임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서울대에서 개설하는 강좌는 1년도 지속하지 못하는가? 그걸 누가 교육이라고 부를 것인가? 서울대 학장단이 해야 할 일은 강사들을 6개월마다 자를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 아니라 1년도 지속하지 못할 강좌를 개설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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