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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강사법 제대로 알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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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09:46 조회2,0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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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재임용


  오늘 이야기는 임용/재임용이다. 고용과 관련한 이야기고, 이건 기업의 자유다. 법과 시행령은 국회와 정부 소관이지만 고용은 대학 자율이다.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정부가 가타부타할 수 없다. 강사의 생사여탈권이 대학에 주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자율 능력이 있는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타율하라고 할 수는 없다. 고용 문제는 노동자의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

  강사 공채는 심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로 나눈다. 인사위원회는 대학본부에 설치되며 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심사했는가를 검증하고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심의는 심사위원회에서 하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회가 그래서 중요한데, 대학본부에서 몇 백 명의 강사를 심사할 여력이 없으니 학과로 넘길 것이다. 그런데 강사들이 이를 가는 상대가 주로 학과에 있어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강사법 협의체에서는 이 때문에 심사위원회의 설치를 단과대에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가 있는데,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TF팀에 들어온 대학측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학과에 두자고 고집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학과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물론 심사위원회를 단과대에 설치하더라도 심사의 공정성이 완벽하게 확보될 수는 없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개채용을 하더라도 무늬만 공채일 가능성도 있다. 양적 지표만으로 교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정성평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대학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특히 대학원 유지를 명목으로 자대 출신만 선발할 수도 있는데, 한국의 대학에 학파나 학풍이 있다면 자대 출신 보호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니 자대 출신 선발은 사실상 이권동맹체에 불과하고, 이는 공개채용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러나 신진 세대의 진입은 제도로 보장해야 하고, 이는 쿼터제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국공립대에서는 신진 연구자의 강의 기회 보장과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쿼터제를 반드시 도입해서 학문의 연속성을 마련해야 한다. 국공립대마저 미래 세대와 기초학문을 육성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심사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전임은 기초심사, 전공심사, 면접심사의 단계를 거친다. 강사도 이리할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학들은 전임 뽑을 때의 버릇대로 할 수도 있는데, 그건 곤란하다. 겨우 일 년짜리에, 승진도 없고, 연금도 주지 않으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서류도 문제다. 제출 서류에는 자기소개서가 들어가는데, 자소서는 ‘자소설’이라는 별칭도 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인데 자소서 대신 교수(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력서에 사진이나 학력 등의 기재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 최종학력 외에는 다 금지되어야 한다.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에서는 이미 나이, 성, 인종, 외모, 학력, 이런 거 차별이기 때문에 다 없앴고,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학이 사회를 선도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장 뒤쳐져서야 되겠는가.

  강의 경력과 연구 경력이 심사항목에 들어가는데, 강의 경력이 오랠수록, 연구 경력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학이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논문 편수로 선발하려는 대학들이 나올 수는 있는데, 그럴 경우 강사들은 논문 기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건 정부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 법정 근로시간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박사학위와 논문은 없지만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여 그 역량이 탁월한 강사들이 있다. 특히 지도교수와 얽힌 문제로 박사학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연구업적이 탁월한 강사들도 있다. 이들이 선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강사들은 여러 대학을 동시에 지원할 것이고, 중복 합격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고, 임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학입시처럼 예비 순위자를 두어 해결한다. 시간표까지 확정해서 임용분야와 함께 채용공고를 내면 이런 혼란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임용된 강사들은 계약기간 중 의사에 반한 면직과 권고사직이 제한되지만 임용계약에서 정한 면직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면직된다. 이 때문에 면직의 사유가 중요한데, 임용계약에서 정하게 되어 있다. 즉, 어떨 때 자를 수 있는지를 대학과 연약한 일개 강사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류사회는 일찍이 이런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고, 대한민국도 헌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다.

  이제 재임용. 오해를 많이 하는데 강사는 재임용이 아니라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재임용 절차의 보장이기는 하지만 소청심사권이 함께 주어진다. 수도권 사립대학의 한 교무팀장이 강사들한테 소청심사권을 보장함으로써 “적지 않은 소송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결국 대학 행정업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하던데, 소송이 왜 일어나겠는가? 무리하게 해고를 해서 소송이 일어나는 것이다. 소청심사권 때문에 “대학이 분쟁의 장소로 변질”된다면 그 책임은 대학에 있는 것이다.

  물론 소청심사권이 있어도 일개 강사가 거대 대학을 상대로 혼자서 싸우기는 쉽지 않다. 노동조합이 힘이 될 것이다. 최근 재계약 관련 법원 판결의 흐름은 재계약 평가 지표까지 세밀하게 확인하므로 재임용 심사의 절차뿐 아니라 심사의 기준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령, 강의평가 점수를 턱없이 높게 요구해서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대학들이 있을 수 있는데 법정에 가면 패소하게 될 것이다. 재임용 문제로 쓸데없이 시끄러워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재임용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 재임용의 원래 취지다. 정부가 미리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적절한 재임용 기준에 대해서 시정 명령을 내리면 된다. 교육부에 이 정도의 관리 감독 권한도 없어서야 되겠는가?

  신규임용을 포함하여 3년간 재임용 절차가 보장된다. 대학들은 3년간 신규임용이 불가능해져서 대학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현재 대학에는 60명 이상의 대형강좌가 많이 있으니 60명 이하의 강좌로 분반시키면 된다. 70년대도 아니고 대학에서 콩나물교실이 무슨 말이냐. 그리고 전임교원들의 책임시수는 9시간인데 그 이상 수업을 하는 전임들도 많이 있으니 이들이 연차적으로 수업을 내놓으면 된다. 전임들은 강사보다 더 열심히 연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임들이 내놓은 시간을 신진세대들이 받으면 된다. 제자를 위해서 그 정도도 못하겠는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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