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6) 강사법 제대로 알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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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09:43 조회2,173회 댓글0건본문
돈은 얼마나 드는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강사를 대량으로 해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학들이 돈이 남아 돌아서 강사들한테 수업을 맡긴 것이 아니었으니, 이들을 해고하려니 달리 방법이 없다. 가장 수월한 방법이 전임교수들한테 수업을 더 맡기는 것이다. 전임교수들은 지금도 책임시수를 훌쩍 넘어서 수업을 하느라 허덕이고 있지만, 많은 대학들에서는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한다. 이들 대학들은 하루살이 대학이다.
미래에도 살아남고자 하는 대학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 대학에서는 여전히 전임들의 연구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 대학에서는 대형강좌를 늘리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사이버수업을 확대한다. 그로도 모자라자 졸업이수학점을 줄이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그 명목으로 학생들한테 취업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또 다른 한 사립대의 학장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창의적 학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대학은 스스로 대학이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곳이 아니라 학위 장사를 하는 곳이라고 실토하였다.
대학은 강사들한테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주려고 이러는 것일까? 강의료 인상? 강사법에는 말 한 마디 없다. 대학이 알아서 강의료를 인상할 것이다? 그럴 리가! 강사들이 요구를 할 것이다? 당연히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대학이 들어줄 것이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4대 보험과 퇴직금을 줘야 된다고? 강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그 적용대상이 아니며, 이는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강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강사법에 그나마 명시된 것은 방학 중 임금뿐이다. 그러나 액수도 없고, 방학 내내 지급해야 한다는 문구도 없다. 대학 자율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국고로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심지어 사립대의 방학 중 임금까지 지원한다. 이미 돈까지 마련해 놨다. 그러니 대학이 강사를 해고하고 있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대학의 정책, 즉, 정치의 문제다.
대학에 돈이 없다고 한다. 대학 강사는 대학 교육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사의 인건비 규모는 전체 교원 인건비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무리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강사법이 시행되어도 강사들은 여전히 1년에 1천만 원 남짓한 돈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학문을 연마하면서 대학에 남아 있다. 이들에 의해 한국의 대학은 유지되어 왔다. 그들을 내치는 것은 대학을 망치는 것이고, 한 나라의 학문을 망치는 것이다. 강사를 자르기 위해 대학의 존재 기반인 수업을 없애야 할 지경이라면 그 대학은 문을 닫는 게 맞다. 일부 사립 유치원 원장들 마냥 사유재산 운운하지 말고 이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치기 전에 그만 손 털고 나가야 한다.
막말이라고? 왜 당신들은 학문을 논하고 교육을 이야기하지 않고 모이기만 하면 비용과 구조조정 문제만 이야기하고 있는가? 자공이 묻기를 “선비는 어떤 사람인가?” 공자 가로되 “스스로 행동함에 있어 염치가 있어야 한다.” 자공이 다시 정치인들 중에 괜찮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공자는 “월급이나 챙기는 자들은 논하지 말자.”고 대답한다. 염치는 학자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염치를 파한 ‘파렴치’한 자들은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할 뿐이다.
교육은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학생들과 함께 실천하는 행위이다. 강사를 해고한다는 것은 바로 그 교육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강사를 해고하기 위해 수업을 없애는 대학들은 자신이 망하지 않기 위해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교수도, 학생도 겁내지 않는다. 이들 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문도 아니고, 교육도 아니고, 오직 자신들의 존속일 뿐이다. 그 생명력이 다했으나 죽지는 않는 좀비 대학!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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